APEC 정상회의 이후 경주를 찾는 국내외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경주의 첫 관문인 고속버스터미널 일대가 불법 주정차로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더욱이 관할 관청인 경주시가 특정인의 눈치를 보며 수십 년간 주정차 단속을 방기해 온 사실이 취재중에 드러나면서 경주시의 교통행정의 신뢰도에 시민들은 난감해 하고 있다.고속터미널에서 황리단길 입구로 이어지는 구간은 주말과 휴일 등 특수한 상황마다 불법 주차 차량으로 민원이 속출한다. 이 일대는 시내버스 노선이 겹치고 환승객이 몰리는 교통 요충지임에도 불구하고, 얌체 주차 차량들로 인해 극심한 교통 체증이 상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상가 안쪽에 거주하는 일반 주민들은 차량 진출입조차 가로막혀 생활권마저 위협받고 있다며 경주시 교통행정과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해 왔다. 하지만 수십 년째 이 구간의 주정차 단속은 사실상 전무했다. 본지 취재 결과, 경주시의 단속 유보 배경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행정 편의주의와 외부의 입김이 작용했던 것으로 확인됐다.해당 구간의 단속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의에 경주시 교통행정과 교통지도팀 소속 주무관은 "단속을 요구하는 민원도 많지만, 단속을 하지 말라는 민원도 많아 단속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황당한 해명을 내놓았다.더욱 충격적인 것은 특정인의 외압 의혹이다. "특정인이 단속을 하지 못하게 막고 있다는 제보가 있는데 이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취재진의 추가 질의에 김 주무관은 "그 내용에 대해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집행되어야 할 공권력이 일부 상인이나 특정인의 입김에 휘둘려 제 기능을 상실했음을 시 행정부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엄연히 주정차 단속 구역으로 지정된 곳임에도 불구하고, 교통안전 심의기구의 공식적인 보류 결정이나 합법적 절차 없이 단지 `단속 반대 민원`과 `특정인의 항의`를 핑계로 행정 처리를 유보하는 것은 명백한 직무 유기다.이러한 경주시의 복지부동 행정은 본지의 취재와 건너 상가의 민원들이 상의하자 시는 부랴부랴 대상 지역에 대한 단속 예고를 거쳐 지난 9월 1일부터 단속에 돌입했다. 언제부터 경주시의 법과 절차가 특정인의 입김에 따라 고무줄처럼 잣대가 바뀌었는지 시민들은 묻고 있다. 공무원이 마땅히 수행해야 할 행정을 방기하고 누군가의 눈치만 살피는 사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돌아갔다. 경주시는 이번 `뒷북 단속`으로 상황을 무마하려 할 것이 아니라, 그동안 단속이 유보된 명확한 외압의 실체 규명과 함께 뼈를 깎는 자성으로 무너진 공권력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