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의 행정사무감사는 지자체의 한 해 살림살이를 돌아보고, 시민의 피 같은 세금이 제대로 쓰였는지 점검하는 가장 엄중한 시간이다. 이 기간에 공직자는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운 책임감과 긴장감을 쥐고 업무에 임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경주시 소속 간부 공무원들이 보여준 행태는 참담함을 넘어 경주 시민들에게 깊은 절망감을 안겨주었다.소관 부서의 행정사무감사가 끝났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반차를 내고 업무 관련자들과 골프장으로 향한 사실은 공직자로서의 기본 자질을 의심케 하고 있다. 비록 자신의 소속 부서 감사가 끝났다 할지라도, 시정 전반에 대한 감사가 진행되는 엄숙한 시기에 직무 연관성이 있는 이들과 골프채를 잡았다는 것은 단순한 부주의를 넘어선 심각한 도덕적 해이일 것이다. 특혜나 대가성을 의심받기 충분한 상황에서, 이를 스스로 경계하고 후배 공무원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간부(들)가 오히려 부적절한 처신에 앞장선 꼴이 되었다.더욱 분노를 자아내는 것은 취재가 시작된 이후 해당 간부가 보여준 파렴치한 태도이다. 언론의 정당한 사실 확인 요청에 명백한 사실을 전면 부인하며 거짓 해명으로 일관했고, 나아가 동반자들에게 연락해 "나는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말을 맞춰 달라"며 조직적이고 치졸한 은폐까지 시도했다. 공직자의 가장 큰 자본은 정직과 신뢰임에도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사과하기는커녕,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진실을 덮으려 한 행위는 공직사회 전체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치명적인 과오이다. 취재망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 여긴 얄팍한 거짓말은 시민의 눈과 귀를 철저히 기만하는 행위이다.현재 경주 시민들은 고물가와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일상을 묵묵히 견뎌내고 있다. 하루하루 생계를 걱정하며 땀 흘리는 시민들 앞에서, 행정의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할 지자체 간부(들)가 직무 관련자와 꼼수 골프를 즐기고 거짓말로 진실을 호도하는 모습은 시정에 대한 싸늘한 냉소와 불신만을 키울 뿐이다. 지역 언론 현장에서 경주시의 숱한 굴곡을 지켜봐 왔지만, 이처럼 공공연하게 공직 기강이 무너지고 뻔뻔한 거짓으로 잘못을 가리려는 작태에는 참담함을 금할 길이 없다.경주시는 이번 사태를 결코 한 개인의 일탈로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될 것이다. 직무 관련자와의 골프 회동에 숨겨진 청탁이나 대가성은 없었는지, 비용 정산은 투명하게 이루어졌는지 철저한 진상 조사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또한, 공인의 신분으로 거짓말과 은폐를 시도한 행위에 대해서는 땅에 떨어진 공직사회의 기강을 바로잡는 차원에서 반드시 일벌백계의 엄중한 징계를 내려야 할 것이다. `제 식구 감싸기`식 솜방망이 처벌로 유야무야 넘어간다면, 경주시정은 시민들의 매서운 회초리와 철저한 외면을 면치 못할 것이다.천년고도 경주의 품격은 찬란한 문화유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투명하고 정직한 행정, 그리고 시민을 두려워할 줄 아는 공직자들의 바른 자세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그 진정한 가치가 빛이 날것이다. 경주시는 이번 사건을 뼈를 깎는 쇄신의 계기로 삼아, 바닥으로 추락한 공직기강을 다잡고 시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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