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희 <수필가 · 전 경주시의원>가을 바람에 비워진 가지를 보며 자연의 정직한 이치를 생각한다. 뿌리가 튼튼해야 잎을 피우듯, 국가와 지방의 기틀도 건전한 토대 위에서만 지속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생산성이라는 `뿌리`는 마르는데 눈앞의 화려한 꽃만 요구하는 형국이다. 현장을 지켜본 한 사람으로서 재정이 마주한 차가운 그늘에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1968년 파리의 `6.8 혁명`은 인권과 자유를 넓혔지만, 50여 년이 지난 지금 프랑스에 `자유와 권리의 역설`을 남겼다. 권리는 무한히 늘어난 반면, 이를 뒷받침할 경제적 생산성과 국가 재정이라는 ‘물적 토대’가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GDP 대비 정부 지출 57% 돌파, 독보적인 복지 지출 1위, 국가부채 폭증, 그리고 은퇴 연령을 단 2년 연장하는 개혁안에도 국가 전체가 마비되는 총파업이 그 실상이다.이 참담한 풍경은 남의 일이 아니다. 지방의회에서 예산안을 심의해 온 눈에 비친 대한민국의 현실도 이미 벼랑 끝에 서 있다.오늘날 상당수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서를 펼쳐보면 눈을 의심하게 된다. 전체 예산의 무려 60%에 육박하는 금액이 복지 관련 예산으로 묶여 있다. 법정 의무지출과 국·시비 매칭 사업이 대다수인 구조 속에서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편성할 재정적 여력은 사실상 소멸했다. 프랑스가 복지 지출의 늪에 빠져 국가 기능을 상실해가듯, 대한민국의 지자체들 역시 주민 복지라는 당위성에 갇혀 실질적인 성장 동력을 잃어가는 `재정 파탄`의 초입을 걷고 있다.더 큰 문제는 중앙정부의 방만한 재정 운용도 심각하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밝혀졌듯, 국민 세금을 들여 한 판당 4만 3,923원에 수입한 브라질산 계란을 시중에 4,300원에 공급한 일까지 벌어졌다. 10분의 1 가격으로 방출하며 막대한 적자를 혈세로 메우는 포퓰리즘 미봉책은 재정 상식을 근본부터 흔드는 행위다.임시방편으로 재정을 털어 쓰면 그 뒷감당은 고스란히 미래 세대의 몫이 된다. 국민연금 고갈과 국가채무 폭증이 눈앞인데, 권리와 보조금 요구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프랑스의 위기는 명백한 반면교사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 보조금 남발을 멈추고 엄격한 재정 준칙을 세워야 한다. "한 번 주어진 권리와 복지는 절대 후퇴할 수 없다"는 환상을 깨지 않는다면, 우리 역시 재정 부도의 나락을 피할 수 없다.따뜻한 복지와 자유는 무분별한 빚이 아니라 건전한 재정과 생산성이라는 `물적 토대` 위에서만 가능하다. 이제 우리가 눈을 떠야 한다. 당장의 달콤한 선심성 공약에 현혹되지 않고,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와 지역의 경제 체력을 먼저 살피는 `냉철한 시민의식`이 절실하다. 빚으로 연명하는 포퓰리즘을 단호히 거부하고, 건전한 재정과 진짜 미래를 만드는 길에 우리 모두가 뜻을 모아 강력히 행동해야 할 때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