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성동시장 특성화사업단장 김인석]  독일 출신의 언론기자이자 여행작가인 율리 하우저는 여행에세이 <걷기를 생각하는 걷기>에서 ‘도로는 길을 잇기도 하지만 길을 막기도 한다’라고 했다. 도로는 단어 자체에 길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나, ‘길’의 의미를 여행 혹은 관광의 키워드로 국한할 경우, 순수한 관광의 컨텍스트로 해석되지 않음이다. 즉, 산업의 범주에서 주요한 젖줄이 이렇게 길을 막는 방해꾼으로 취급됨은 여행, 그리고 관광의 이상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관광은 다양한 경험과 직관적인 체험으로 오감을 자극하여, 일정량의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거나 혹은 정서적/육체적 치료 및 치유의 감성을 제공하는 심신활동을 그 목적으로 한다. 즉 관광이란 어젠더를 거론함에 있어, 그 지향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관광을 기획하는 방식도, 소비하는 방향도 달라질 수 있음이다. 이에 관광은 때론 지역 산업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기도 하고, 소위 지역 경제 활성화를 가늠하는 주요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지역경제에 미치는 여파로 인해 관광은 때때로 지방자치의 중점 과제로 떠오른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의 관광트렌드가 심상치 않다. 소위 ‘핫플’이라 불리는 명소가 로컬의 맛집이나 SNS에 특화된 카페 등을 중심으로 10~30대를 공략하는 식도락과 포토가 합쳐진 소위 ‘포토락’ 장소를 지칭하는 것이 그 한 갈래라면, 코로나라는 큰 과도기와 더불어 10.29참사 이후 번잡하고 다중밀집 현상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해지며, ‘힐링’을 테마로 지역의 삶과 정서를 담아내고 휴식과 치유를 주제로 하는 ‘슬로우 관광’이 또 하나의 대세를 이루며 이러한 로컬의 특징을 담아낸 길과 골목, 자연이 또 하나의 ‘핫플’로 각광받고 있다. 이러한 시류를 중심으로 대세로 떠오른 관광의 형태가 바로 걷는 관광, 걷기 여행이다. 그리고 이 걷는 관광이 지역경제의 뉴 패러다임을 만들어내는 키워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미 우리는 걷는 관광의 파급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충분히 그간의 사례를 통해 목도한 바 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이미 순례길이 지나는 로컬스테이와 종교시설, 그리고 로컬음식점 등 지역 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침을 여러 기사를 통해 접해왔고, 제주 올레길이 제주관광의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되었음을 익히 알고 있다. 이와 더불어 단순 트레킹레일이 아닌, 경리단길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리단길 열풍이 지역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도 잘 알고 있다.물론 이러한 길들이 파생시키는 젠트리피케이션이나 투어리스티피케이션 등 부정적 요소도 없지 않으나, 이미 충분히 이러한 문제점을 다룬 저널리즘이 존재하는 바, 여기서는 거론하지 않겠다. 다만, 이제 걷는 관광도 이러한 트렌드를 벗어나 로컬에 좀 더 집중하고, 로컬의 특성을 반영하며, 로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걷는 관광이 되어야 함을 주지하여야 한다.경주 역시 황리단길이 경주 대표 관광명소로 부각되어 있고, 동부사적지의 역사문화자원과 어우러져 타 도시와는 차별되는 ~리단길로서 그 기능을 다하고는 있으나, 이것이 과연 로컬에 미치는 영향이 어떠한가에 대해서는 아직 그 의견이 분분한 것이 현실이다.걷는 관광, 걷기 여행은 점이 아닌 선의 관광, 여행이다. 점의 관광은 해당 구역으로 사람을 모이게 하고, 그 구역 내에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와 대기업 숙박 등을 활성화시키며, 그 일원의 경제유발 효과가 뛰어나다. 반면 선의 관광은 관광객이 해당 지역 내에서 지나는 모든 길위의 풍광과 정서를 공유하고, 로컬 속속들이 있는 길위의 작은 점포와 민박, 소소한 규모의 식당과 먹거리, 지역공동체와 그 감정적 향유를 나눈다. 그리고 실질적인 경제유발효과는 바로 이 걷는 관광에서 기인한다. 그러므로 점의 관광에 비해 선의 관광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지역민과의 접점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골목여행과 로컬트레블은 이런 면에서 슬로우 관광의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우리 경주는 역사문화유적이나 황리단길 외에도 많은 로컬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도시재생의 모범사례로 꼽히며 골목여행의 새로운 명소로 각광받는 행복황촌이나, 문화유적과 원도심이 어우러져 독특한 풍광을 자랑하는 금리단길 및 봉황로 문화의 거리, 양남 벽화마을 골목, 감포 깍지길 다물은집 구간 등 지역만의 색과 정서를 가지고 활발히 운영되는 대표적 걷는 관광 명소들이다.경주는 도로가 전부인 관광지가 아니다. 이제 도로를 벗어나야 한다. 도로는 길을 막는다. 타이어가 달리는 길이 아닌, 사람이 발을 내딛는 길을 딛고, 슬로우 관광을 음미하며, 경주의 정서와 경주의 자연을 음미하고, 경주의 사람들과 감정을 공유하는, 걷는 관광이 이루어져야 한다. 경주의 시민에게 관광의 산물이 혜택으로 돌아가고, 경주를 방문한 관광객이 경주를 느끼며 힐링하고 가는, 그런 경주의 관광이, 다가오는 미래의 또 다른 관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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