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부터 19일까지 경주지역을 강타한 집중호우로 평균 누적 강수량이 314.1㎜에 달했고, 외동읍은 무려 429㎜의 강우량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유림지하차도, 금장교 하상도로, 동방교 임시우회도로 등 주요 도로가 잇따라 침수되며 도심 기능이 일시적으로 마비됐다.
하지만 경주시는 비상 1단계 발령과 함께 공무원 30여 명, 중장비 20여 대를 긴급 투입해 배수 작업과 도로 복구에 총력을 기울였고, 피해를 빠르게 수습하는 데 성공했다.특히 유림지하차도와 금장교 하상도로는 각각 침수 수 시간 만에 통행이 재개됐고, 여전히 복구가 진행 중인 동방교 임시우회도로에는 셔틀버스를 긴급 투입해 시민 이동 불편을 최소화했다.
주낙영 시장 또한 외동읍 석계2리 제방 유실 현장을 직접 찾아 복구 상황을 점검하는 등, 현장 중심의 대응은 재난 시 행정의 모범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그러나 이런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경주시의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유림지하차도는 이번에만 벌써 세 차례 통제되었으며, 동천지하차도 역시 조명 시스템 문제로 여전히 안전 우려가 존재한다. 이는 일시적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특히 오는 10월 APEC 정상회의를 앞둔 경주시는 도시 인프라의 회복력과 안전성을 세계에 보여줄 책무가 있다. 도심 내 저지대, 지하차도 등 반복적인 침수 취약구간에 대해 정밀한 진단과 함께 중장기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조명, 배수시설, 재난경보 체계, 대체교통망 등에 대한 사전 정비 없이는 언제든 비슷한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
이번 호우에서 보여준 경주시의 신속 대응은 분명 긍정적이지만, 그것이 자만으로 이어져선 안 된다. 재난 대응의 진짜 성패는 ‘복구’가 아니라 ‘예방’에 있다. APEC을 계기로 도시 전반의 안전 체계를 되돌아보고,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가능한 재난 대응 인프라를 구축해야 할 때다. 경주는 단지 문화와 관광의 도시를 넘어, 안전한 도시로서의 명성을 확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