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통합돌봄이 본격 시행되면서 우리사회 돌봄 체계는 중요한 전환점에 섰다. 노쇠와 장애, 질병 등으로 일상 생활이 어려운 사람이 병원이나 시설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신이 살아온 지역에서 필요한 지원을 받도록 하겠다는 방향은 분명 의미가 크다. 누구나 익숙한 집과 마을에서 존엄을 지키며 살아가고 싶어 한다. 통합돌봄은 바로 그 바람을 제도로 실현하려는 시도다.하지만 제도의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현실의 기반이 허술하면 기대는 곧 실망으로 바뀐다. 통합돌봄은 단순히 방문요양 몇 가지를 더하는 사업이 아니다. 의료, 요양, 재활, 주거, 식사, 이동, 가족 지원, 지역 공동체가 하나의 체계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 현재의 통합돌봄은 ‘통합’이라는 이름에 비해 예산과 인력, 서비스 연계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지역마다 준비 수준도 다르고, 주민들조차 제도 시행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가장 시급한 문제는 예산이다. 통합돌봄은 일부 취약계층을 위한 임시 지원이 아니라 고령사회 전체를 대비하는 기본 인프라다. 그럼에도 지방자치단체에 내려가는 예산이 제한적이라면 현장에서는 대상자를 넓히기도, 서비스를 촘촘히 설계하기도 어렵다. 통합돌봄이 ‘틈새돌봄’에 머물지 않으려면 중앙정부의 책임 있는 재정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의료와의 연계도 핵심 과제다. 돌봄 대상자의 상당수는 만성질환과 기능 저하를 함께 겪는다. 퇴원 후 재활이 끊기거나 방문간호와 주치의 관리가 제대로 연결되지 않으면 상태가 악화돼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통합돌봄에서 의료가 빠지면 그것은 반쪽짜리 제도에 그친다. 방문재활, 재택의료, 방문간호, 지역 병·의원과의 협력 체계를 제도 안에 분명히 넣어야 한다. 돌봄은 생활지원이면서 동시에 건강 관리의 연속선 위에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대상자 상태에 맞는 유연한 체계다. 모든 사람에게 지역사회 돌봄이 최선일 수는 없다. 경증 치매나 거동 불편 노인은 방문서비스와 주거환경 개선만으로도 익숙한 집에서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 그러나 중증 치매, 24시간 관찰이 필요한 질환, 가족의 돌봄 역량이 한계에 이른 경우에는 시설 중심 돌봄이 필요할 수 있다. 통합돌봄과 시설돌봄은 대립 관계가 아니라 상호보완 관계다. 상태가 나빠지면 집중 관리로, 호전되면 다시 지역사회로 돌아올 수 있는 순환 구조가 필요하다.지역사회 주체를 키우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통합돌봄의 완성은 행정기관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공동체, 자원봉사 조직, 이웃 주민이 함께 참여해야 한다. 돌봄을 공공 서비스로만 보는 데서 나아가 지역이 함께 책임지는 ‘서로돌봄’의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 지자체는 주민교육과 지역협의체를 활성화하고, 돌봄 제공기관과 의료기관, 공동체 조직이 함께 논의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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