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어가 들어도 웃지 못하는 기막힌 현실이 경주 앞바다에서 벌어지고 있다. 바닷물 온도가 오르면서 그물마다 값비싼 참다랑어가 펄떡이고 있지만, 정작 우리 지역 정치망 어민들은 이를 바다에 내버려야 하는 참담한 실정이다. 국가 전체의 참다랑어 어획 쿼터는 대폭 늘어났음에도, 경주시에 배정된 쿼터는 고작 `0.8톤`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현장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수산 당국의 탁상행정과 지자체의 소극 행정이 빚어낸 촌극이다.최근 우리나라는 국제 협약을 통해 참다랑어 연간 어획 한도를 대폭 늘렸다. 인근 울진이나 영덕 등 동해안 지자체들도 그 혜택을 받아 쿼터가 크게 늘었다. 반면, 경주의 쿼터는 지난해 1.8톤에서 올해 0.8톤으로 오히려 반토막이 났다.해양수산부가 쿼터를 삭감한 논리는 단순하다. `전년도 어획 실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전형적인 서류 맹신주의이자 현장과 동떨어진 행정 편의주의다. 어민들은 쿼터가 없어 참다랑어가 그물에 들어와도 불법 어업으로 처벌받을 것을 우려해 눈물을 머금고 바다에 버려왔다. 잡을 권리를 주지 않아 잡지 못한 것인데, 국가는 `잡은 기록이 없으니 앞으로도 잡지 말라`며 남은 쿼터마저 빼앗아 간 것이다. 제도가 만들어낸 덫에 어민들이 갇혀버린 완벽한 `악순환`이자 어처구니없는 `치킨게임`이다.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지역 어민의 생존권을 지켜야 할 경주시의 태도다. 시 관계자는 "어민 수가 적고, 포획량을 정확히 가늠하기 어려우며, 해수부가 알아서 삭감한 것"이라는 식의 해명을 내놓았다. 이는 기초지자체로서의 책무를 방기한 발언이다. 수온 상승으로 생태계가 변하고 어종이 바뀌고 있다면, 지자체는 책상에서 벗어나 바다로 나가야 한다. 실제 그물에 참다랑어가 얼마나 걸려드는지 표본 조사를 시행하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해수부와 경북도를 설득해 우리 지역 몫의 쿼터를 쟁취해 내는 것이 지자체가 마땅히 해야 할 `적극 행정`이다.행정의 본질은 규제로 국민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변화에 발맞춰 국민이 마음 놓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데 있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 경주 앞바다를 찾아온 참다랑어가 어민들의 새로운 소득원이 될 수 있도록, 낡은 쿼터 배분 방식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어민들의 굽은 등과 갈라진 손등에는 서류 숫자로는 결코 담아낼 수 없는 치열한 삶의 무게가 실려 있다. 더 이상 우리 경주 어민들이 바다 한가운데서 애꿎은 참다랑어를 버리며 피눈물을 흘리는 일이 없도록, 현장 밀착형 어정(漁政)으로의 신속한 전환을 강력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