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경주 축제의 날개 없는 추락
경주가 축복받은 도시인 이유는 여러 요소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중요한 것이 도시 이미지다. 경주의 도시 이미지를 한 마디로 규정하기는 쉽지 않지만 보편적으로는 관광도시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아침 신문을 보니 포항시가 중국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고 하나 무슨 이미지를 갖고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아무리 관광소재 개발을 한들 포항은 철강도시가 아닌가? 이에 비해 경주는 복받은 도시다. 원자력과 방폐장 때문에 이미지가 많이 흐려졌지만 그래도 아직도 서울이나 공장이 많은 도시민들은 경주라고 하면 일단 공해가 없는 깨끗한 관광도시를 떠올린다.또 경주라고 하면 일단 ‘신라’라는 이미지를 떠올린다. ‘경주’와 ‘신라’라는 도시 정체성과 이미지는 늘상 살고 있는 우리 시민들에게는 그냥 긍지와 자부심으로 남아 있지만 타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동경의 대상이다. 늘 가보고 싶은 곳이다. 50대 이상 수학여행을 다녀갔던 세대에게는 꼭 다시 가보고 싶은 추억을 장소다.경주시는 관광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발표하고 있지만 관광업을 하는 현장에서는 의구심을 갖고 바라본다. 제주도와 강릉에 뒤진지는 오래고 최근에는 전남 여수에도 밀린다. 여수에는 또 1박 이상 관광객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물론 최고의 관광지는 서울이다.여기서 우리는 경주의 축제 문제를 꺼내고자 한다. 1962년부터 시작된 신라문화제의 영광을 되찾기는 어렵더라도 최소한 집안잔치에서 벗어나 전 국민은 아니더라도 경북도민의 관심과 참여를 끌어내는 발산전환을 해보자는 것이다. 오랜 전통을 이어 온 신라문화제를 없앨 수도 없고 하여 근근이 체면을 유지하는 현재의 신라문화제는 제로 상태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각 동네별, 각 단체별 묘사 떡 나누듯이 예산을 배분하는 형태로는 시민들은 물론, 경북도민의 관심을 유발시킬 수 없다. 경주시에서는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는 흔적이 보이지만 공무원들의 생리상 ‘전에 하던대로 별 탈 없이’에서 탈피하기 어렵다.그래서 우리는 내년부터라도 차라리 경주시 소재 민간단체에게 아이디어와 실행 자체를 공모하는 제안을 한다. 시는 지도와 행정편의만 제공하고 전문업체가 실질적으로 행사를 기획하고 추진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제안이다. 민간 단체에서 콘소시엄을 구성하든지 하여 제안을 하고 경주시와 전문가, 시민들이 심사를 통하여 최적의 안을 선정하는 방식이다.울산의 고래축제와 장미축제, 포항의 불꽃축제와 과메기 축제, 영덕 대게축제, 영천의 별빛축제에 다녀왔다는 경주 시민들의 말을 들어보기는 했어도 경주 신라문화제에 다녀왔다는 인근 도시민들의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술과 떡축제는 초기에는 그런대로 호응을 얻더니 장소를 옮기고 분산개최하느니 하다가 국가 예산지원에서 탈락하더니 그만 동력을 잃고 흐지부지 없어지고 말았다.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반성이나 사과의 말도 없다.천혜의 도시, 복받은 도시 경주의 이름에 걸맞는 축제를 개발하여 경주관광의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무원의 책상보다 현장에서 뛰는 전문업체를 대상으로 공모를 통하여 행사주체를 바꿔보는 방안을 제안한다. 붙들고 있는 게 상책이 아니다. 신라문화제의 부활 뿐만 아니라 새로운 축제를 개발하여 경주의 명성을 살리고 아울러 소득증대를 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