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립 한국문학관필패의 책임시인 출신의 도종환 의원이 대표발의하여 지난 해 12월 31일 국회를 통과한 국립 한국문학관 건립 위치를 두고 16개 시·도 24개 자치단체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국비 480억원이 투입되는 이 한국문학관은 도시 상징성은 물론, 국비공무원의 인구유입과 지역 일자리 창출에다 국내 백만명을 웃도는 문인들이 꼭 방문하는 코스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경제적 효과도 기대되기 때문이다.기초단체는 물론 광역단체 차원에서 단체장과 국회의원, 시민단체들이 합세하여 그야말로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과열양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그 만큼 지자체로서는 매력적인 사업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어느 매체에서 나경원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은평구로 내정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특히 전라남북도와 대구가 발칵 뒤집혔다. 지역균형 차원에서 반드시 수도권은 베제돼야 한다는 명분이다. 이 과정에서 정권 실세가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하면서 투쟁의 강도를 높일 태세다. 대구시는 이미 1백만명 유치서명서를 각계 요로에 전달하고 잔뜩 희망을 걸고 있다.24개 신청지역에는 우리 경주도 들어있다. 수필가인 한순희 문화행정위원장이 앞장서서 유치운동을 전개하고 있으나 그 활동성이 낮다는 데에 우려를 표명하고자 한다. 우선 경주시의 의지와 자신감이 전무하다시피 하다. 유치신청서를 내놓고 안되면 그만이라는 안이한 생각이다. 거치대에 프랜카드 몇장 붙이는 것으로 제 역할을 다했다는 식으로 뒷짐만 지고 있다.솔직히 처음부터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신라의 향가가 한국문학의 본령이고 동리·목월이라는 걸출한 문인을 배출한 경주는 명분과 타당성이 충분한데도 지레 포기해버린 것이다. 김석기 의원의 고민도 이해가 된다. 너무 늦게 시작됐고 집행부의 의지가 미약한데다 무엇보다도 시민들의 열망과 이에 따른 유치운동이 미약하다는 등의 이유로 유치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여기서 우리는 시민단체의 안일함을 질타하고자 한다. 명분과 실리가 충분한데도 불구하고 전 시민적인 운동으로 이끌만한 시민단체가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 자기 단체의 실속 차리기에만 열중한다. 시청에 들락거리며 자기 단체의 예산 확보에만 열심이다. 실효성이나 화장성이 극히 의심스러운 행사와 세미나, 책 발간 등 누가 보아도 예산만 낭비하는 행사에 치중하고 있다. 며칠 전 열린 어느 단체의 단발성 행사가 대표적이다. 무시할 수 없는 인사들을 회원명단에 넣어놓고 있지만 대부분 형식적으로 이름만 올려놓고 있다. 명분상 좋은 일 하자는데 감지덕지하며 자기 이름 올리는 것도 병폐다. 대표적인 혈세 낭비의 전형과 다름 아니다. 지양되어야 마땅하다. 시민단체의 각성을 촉구한다.그럴듯한 명분을 만들어 시청을 출입하면서 오로지 예산 따내기에만 진력하고 있는 단체가 없는지 반성해야 한다. 힘 있는 인사나 시의원을 통해서 청탁 내지 압력을 행사하는 시민단체와 관변단체 때문에 시정이 욕을 먹는다. 경주시의 예산 따내기에만 몰두하는 단체의 깊이있는 반성을 기대한다.다시 한국문학관 이야기다. 정부는 7월까지 두 곳 이상의 후보지를 선정하여 10월까지 결정할 모양이다. 경주는 필패다. 뻔히 예상되는 수순이다. 우는 아이에게 떡 준다는 속담을 거꾸로 해석하면 울지도 않는데 떡 줄 리가 만무하다. 한국문학관은 국가와 한국문협이 운영하기 때문에 해당 자치단체는 코푸는 데에 손을 댈 이유도 없는 사업이다. 황금알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저 빼먹기만 하면 되는 소위 알짜기업인 셈이다. 이런 일은 문협이 앞장서고 전 시민단체와 대학, 언론 등이 밀어주고 국회의원과 집행부가 도와주는 게 마땅하다. 국회의원과 집행부에게 먼저 책임을 돌리기보다 시민단체 스스로 먼저 반성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