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짝퉁으로 유명한 경주, 과연 옳은가?지난 24일 경주시는 버스 2대를 이용하여 유지들과 기자들을 태우고 충북 진천의 어느 업체가 제작한 ‘신라대종’ 울림식에 다녀왔다. 제작 단계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신라대종이다. 이를 두고 최 시장의 추진력이 대단하다는 평가도 나왔지만 고집도 대단하다는 여론도 많았다. 30억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여 왜 종을 만드느냐며 이해가 불가하다는 지적이었다. 연말쯤 구 시청부지 내에 종각을 지어 특별한 날이나 관광객들에게 돈을 받고 종을 치게 할 모양이다. 이미 만들어진 신라대종에 대해 지금와서 왈가왈부 해봐야 소용없지만 우리는 여기서 중대한 관점 하나를 제의하려 한다.더 이상 짝퉁은 만들지 말자는 것이다. 토함산에 있는 ‘통일대종’도 그렇다. 신라밀레니엄 파크에는 성덕대왕신종 두 배 크기의 종도 있다. 경주에는 박물관에 있는 진짜 종 외에 가짜 종이 3개가 있게 되는 셈이다. 관광객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아, 종 만드는 게 별거 아니네. 돈만 주면 만들 수 있네.”라고 생각할 것이다. 신라 때 만든 진짜 종이 별것이 아닌 존재로 전락한다. 신비감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다. 엑스포 공원 입구에 있는 능도 궤를 같이 한다. 왕릉을 본따 만든 이 구조물 역시 진짜 왕릉을 조롱하듯이 자리하고 있다. 쪽샘지구 내에 현재 조성하고 있는 봉분도 심도있게 재고할 필요가 있다.‘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샴의 법칙이 지금 경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가짜가 판을 치면 진짜가 우습게 보일 수밖에 없다. 천마총을 나와 ‘신라대종’을 보고 박물관으로 간 관광객에게는 성덕대왕신종이 별로 신비롭거나 감탄할 일이 아닐 수 있다. 좀 전에 봤던 종과 비슷하다고 여길 것이고 1천 3백년 전 우리 조상들의 기술에 탄복하지 않을 것이다.보문단지에 어느 기업이 건축한 황룡사탑 모형도 마찬가지다. 황룡사지에 9층 탑을 복원하는 문제도 고증이 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는 마당에 비록 기와를 입혔지만 시멘트 건물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한 가짜가 버젓이 존재한다면 황룡사지에 목조 9층탑이 건립된다 하더라도 그 가치는 크게 떨어질 게 뻔하다. 더구나 그 안에는 고급 숙박시설과 찻집 등이 들어갈 예정이라니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어떤 허가과정을 거쳤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국가에서는 짝퉁 명품 시계나 가방을 상표법 위반으로 대대적으로 단속을 하면서 문화재 짝퉁은 왜 허가를 하는지 모를 일이다. 앞으로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경주는 짝퉁도시가 될 것이다. 진품의 영구보존을 위해 모조품을 하나쯤 만들어 전시를 하는 금관 등의 경우와 다르다.시민들은 물론 관광객들이 더 이상 가짜 문화유산 때문에 진짜 문화유산을 우습게 여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게 신라인의 정신을 존중하는 길이다. 악화가 양화를 몰아내는 것을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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