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웃기지도 않는 넌센스물론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공통분모를 가진 사람끼리 모여서 정체성을 바탕으로 우정을 돈독하게 할 수도 있고, 나아가 서로간 발전을 꾀할 수도 있다. 우리네 인생도 그렇듯이 도시 또한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만일 명분도 실리도 없이 그저 놀기 위한 것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없다. 명분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 돈만 탕진한다면 그것은 사기 내지 우롱이다. 경주시는 외국의 7개의 자매결연과 8개의 우호결연을 맺고 있다. 2014년에는 슬로바키아의 니트라라는 도시와 자매결연을, 같은 해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시와 우호결연을 맺은 데 이어 작년에는 중국 허베이성 청더시와도 역시 우호결연을 맺었다. 대체로 역사문화도시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문제는 자매와 우호결연을 맺어놓고 도대체 뭘 하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일회성 놀러가는 게 아닌지 심히 의심스럽다. 이 결연을 맺기 위해서는 담당과 직원이 사전조사 등 적지 않은 비용과 행정력을 동원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이어 조인식을 위해서는 반드시 해당 시를 방문해야 한다. 10명이 방문한다면 최소한 3천만원은 족히 들 것이다. 견문이 좁아서인지 모르나 도시 이름도 생소하다. 듣도 보도 못한 도시다. 그야말로 요즘 젊은이들 말로 ‘듣보잡’이다. 경주시민 85%는 국가 이름도 모를 것이다. 도시 이름을 아는 이는 10명뿐이다. 조인식에 참석한 집행부 공무원과 시의원이다. 지난 해 우호결연 맺은 남미의 폐루라는 나라 이름은 들어봤어도 아레기파라는 도시가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경주시민 99.999%가 모른다. 도대체 지구상에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도시와 수천만원을 들여 결연을 맺는 자체가 희한한 일이다. 웃기지도 않는 넌센스다. 최시장이 취임한 후 자매 내지 우호결연을 맺은 게 4-5개쯤 된다. 시청 홈페이지에서 공개하고 있다. 자매결연은 일본 나라시와 중국 시안시 두 개면 충분하다. 최시장이 취임하자마자 손본 게 백상승 시장 당시 맺었던 미국 잉글루드 시와의 자매결연 취소였다. 전임 시장이 방문한 곳에 또 갈 수 없으니 취소하고 다른 도시와 결연을 맺기 위한 길을 튼 것이다. 속이 훤히 보인다. 한번이라도 수행해 본 경험이 있는 공무원에게 물어봤다. “아니, 다 아는 것을 왜 묻습니까?” 너무 적나라하다. 시의회도 마찬가지다. 뻔히 알면서 두 세명 동참하여 따라가는 조건으로 눈감아 준다. 예전에는 기자 몇 명도 동행시키더니 최근에는 기자들은 데리고 가지 않는다. 복잡한 사정이 있어서다. 최시장이 며칠 전에 또 일본 나라시에 다녀왔다. 다행히 경주는 물난리가 없었으나 시장경제가 어려운 추석대목 아래 꼭 외국에 가야하느냐는 비판 여론이 나왔다.
더 웃기는 것도 있다. 희화화 하려는 게 아니다. 독일의 무슨 도시에 그림과 사진 몇장 들고 가서 또 무슨 행사한다고 홍보한 적이 있다. 선거 때 고생한 공무원들을 대동했다는 소문이 시청에 파다했다. 음악에 조예가 깊은 최시장이 음악의 본고장 독일에 가보고 싶었다는 소문도 돌았다. 아프리카 끝에 있는 마다가스카르에 새마을 사업 전파한다고 (여행경비 외에) 5천만원을 가져가서 무슨 학교를 지었다. 몇 년 전 일이다. 시민들의 피같은 돈이 시장과 시의원 몇명의 놀이와 취미생활에 쓰이고 있는 것이다. 웃기지도 않는 넌센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