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석복(惜福)최근 정치상황을 보노라면 느끼는 게 많다. 대통령도 측근도 당(黨)도 사람도 끝까지 치닫고 있다. 죽을 때까지 붙어보자고 난리다. 갈 데까지 가보자며 사생결단을 내겠다고 한다. 생각해 보자. 동서고금 현자(賢者)와 철학자의 공통된 가르침은 무엇일까?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필자는 분명 ‘절제와 협동’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에게는 ‘절제’를, 둘 이상 공동체에서는 ‘협동’이다. 살아남기 위한 지혜다. 물리법칙을 탐구하는 과학자들이 생각하는 인간사회의 영원히 변치 않는 인간사의 법칙은 무엇일까? ‘아이가 넘어지면 일으켜주고 달래준다’이다. 의외로 소박하다. 다른 모든 것은 변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란다. 철학자와 과학자의 공통된 생각은 인간의 삶은 특별한 목적이 없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핵심은 ‘살아남는 것’. 의외로 단순하다. 일찍이 맹자(孟子)가 말했다. 생지위성 식색성야(生之謂性 食色性也)-살아남는 게 인간의 본성이다. 본성은 먹고 살면서 자손을 남기는 것이다-자손은 곧 자신이다. 즉 자신의 유전자.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는 것이 영원히 사는 방법이다. 살아남는 게 쉽지 않다. 잘못하면 병원이나 감옥의 신세를 져야 한다. 운(運)도 있다. 남의 실수로 내가 죽는 경우다. 대표적으로 교통사고다. 뿐만 아니다. 뭣 때문인지도 모르고 전장(戰場)에서 죽는 경우다. 동양에서는 살아남기 위한 방법으로 ‘석복(惜福)’의 지혜를 강조했다. 복(福)도 아껴야 한다는 말로 넘치지 말라는 뜻이다. 못내 아쉬워 한다는 애석(哀惜), 아깝게 졌다는 석패(惜敗), 이별을 아쉬워하는 석별(惜別), 모두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는 뜻을 담고 있다. 아쉬워도 그만두라는 의미다. ‘절제의 미학’이고 ‘멈춤의 미학‘이다. 권력이든 재산이든 혹은 사랑이든 정(情)이든 다하지 말고 적절한 선에서 그만두어야 무탈하고 오래 갈 수 있다는 뜻이다. 공자(孔子)의 과유불급(過猶不及-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과 상통하는 말이다. 지족불욕 지지불태(知足不辱 知止不殆)-만족함을 알면 욕을 보지 않고 멈출 때를 알면 위테로움을 당하지 않는다- 노자(老子) 도덕경 44장에 나오는 말이다. 여백의 미(美)라고도 하지 않던가. 事不可使盡 勢不可倚盡 言不可道盡 福不可享盡-일을 완벽하게 끝까지 보려 하지 말고 세력은 끝까지 의지하지 말며, 말은 끝까지 다하지 말고, 복은 끝까지 다 누리지 말라-송(宋)나라 승상 장상영(張商英)의 말이다. 인간은 끝까지 누리면 쇠락(衰落)할 때 그 댓가를 치르야 한다. 많이 가지고 끝까지 향유했을 때 그만큼 상실감도 크다. 건강도 몸도 아껴야 한다. 무리하면 병을 얻게 돼 있다. 사랑도 절정까지 까면 실연의 상처도 그만큼 깊다. 절제의 미덕(美德)이 필요하다 뭐든 있을 때일수록 더욱 근신하고 겸손하고 몸을 낮춰야 한다. 복(福)도 아껴야 하는 법이다. 이를 석복수행(惜福修行)이라 한다.새해 벽두에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