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구 감소로 인한 지방 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2022년부터 도입한 지방소멸대응기금이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엉뚱한 곳에 사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특히 경주시의 사례는 지방소멸을 막겠다는 기금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대표적인 경우다.   경주시는 2022년부터 매년 정부로부터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지원받아왔다. 2022년과 2023년에는 각각 15억원, 2023년에는 20억원, 2024년에는 16억원을 배정받았고, 올해는 18억원이 배정됐다. 그러나 이 기금이 인구 유입을 위한 실질적 대책보다는 귀농·귀촌 체류시설인 웰컴팜하우스, 내·외국인이 함께 소통하는 공간 新실크로드520센터 건립 등과 같은 기반시설에 집중되면서 지방소멸 대응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경주시는 올해 지방소멸대응기금 18억원을 농업시설인 ‘스마트 골든밸리’ 설치와 ‘중소기업 특례보증 금융지원’ 등에 사용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지방소멸 위기 대응과는 거리가 먼 사업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더구나, 중소기업 금융지원 사업의 경우 3년간 1억 8천만원을 지원하는 계획이었으나 이를 18억원으로 잘못 전달하는 실수가 발생하면서 신뢰성 문제까지 제기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2024년부터 지방소멸대응기금의 차등 배분을 더욱 강화하고, 우수한 사업을 추진하는 지역에 더 많은 기금을 배정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그 결과, 올해 경주시와 같은 관심지역으로 분류된 김천시는 우수한 평가를 받아 기본 배분액 18억원에 추가 22억원을 더해 총 40억 원을 확보한 반면, 경주시는 기본 배분액 외에는 추가 지원을 받지 못했다. 이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의 성과가 저조한 지자체는 그만큼 기금 배정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현재 지방소멸대응기금 사업의 방향 대부분이 생활 인프라 개선에 집중되면서다. 하지만 단순한 기반시설 확충이 아니라 ‘생활인구의 관계인구화, 관계인구의 정주인구화’라는 목표에 맞는 실질적인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김천시와 청도군이 지방소멸 대응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이 같은 전략적 계획과 실효성 있는 사업 추진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이 본래 취지에 맞게 사용되지 않는다면 그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경주시는 현재 예술창작소 및 동경주 복합문화도서관 건립, 농업테마 과일정원 및 경관화훼단지 조성, 아이꿈터 임대주택 건립 등을 포함한 6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지만, 이 또한 단순한 기반시설 조성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차별화된 지방소멸 대응 전략과 저출생 극복을 위한 신규 정책이 부재한 상황에서는 기금 배정에서도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의 집행 내역을 철저히 점검하고, 취지에 맞지 않는 사업을 적발할 경우 감액 등의 페널티를 부과할 방침이다. 또한, 2025년부터는 성과에 따라 지자체별로 최대 160억원까지 차등 배분하고 있다. 즉, 성과가 저조한 지자체는 그만큼 기금 배정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진다. 경주시는 이에 대한 위기감을 인식하고, 실효성 있는 사업을 발굴하여 기금의 효과를 극대화할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지방소멸 대응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협력 없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정부가 지방소멸대응기금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차등 지원 방식을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지자체가 스스로 경쟁력 있는 사업을 발굴하고 추진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과 컨설팅도 병행해야 한다. 또한, 기금 집행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고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지방소멸의 위기는 단순히 지방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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