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인근 안동으로 확산하며 나흘째 이어지고 있다. 건조한 날씨와 강풍이 겹치면서 진화율은 오히려 낮아졌고, 피해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산불이 급속도로 확산하며 이미 축구장 1만 7598개 크기의 산림이 소실되었고, 2816명의 주민이 대피하는 등 피해가 심각하다. 매년 반복되는 봄철 산불이 더 이상 예측 가능한 재난이 아니라 대형 재난으로 자리잡고 있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산림청에 따르면, 연평균 546건의 산불 중 56%가 3~5 월 사이에 발생한다. 산림이 건조한 상태에서 강풍이 불면 작은 불씨도 대형 산불로 이어지기 쉽다. 이번 의성 산불 또한 초속 6m 이상의 강풍을 타고 급격히 확산되었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초속 6m의 바람은 바람이 없는 상태에 비해 불길의 확산 속도를 26배 높인다. 불씨가 바람을 타고 나뭇가지로 옮겨붙으며 거대한 불덩이로 변하는 것이 산불의 무서운 속성이다. 때문에 초기 진화에 실패하면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게 된다.
이번 산불의 원인은 입산자의 실화로 추정되고 있다. 과거에도 대형 산불의 상당수가 인재(人災)로 밝혀졌다. 실화 방지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지만, 단순한 계도와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불씨가 옮겨붙을 수 있는 환경 자체를 줄여야 한다. 사전에 낙엽과 마른 나무 등을 제거하는 예방적 조치가 필수적이다. 또한, 산불 감시 체계를 더욱 정밀하게 구축해 초기 대응력을 강화해야 한다. 조기 감지를 위한 첨단 기술 도입, 감시 드론과 인공지능 (AI) 분석 시스템을 활용한 실시간 모니터링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
산불 진화 방식 또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현재 산불 진화에는 대규모 인력과 장비가 투입되고 있지만, 강한 바람과 험준한 지형이 맞물리면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번 산불의 경우에도 바람으로 인해 화선(불길의 경계)이 늘어나며 진화율이 오히려 낮아졌다. 이에 따라 북부 및 중부지방산림청의 고성능 산불 진화 차량과 공중 진화대 등 추가 자원이 투입되고 있지만, 보다 효율적인 산불 진화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강풍 시에도 효과적으로 불길을 잡을 수 있는 특수 장비와 전략적 진화 방법이 개발되어야 한다.
또한, 산불로 인한 피해 복구와 예방을 위한 체계적인 법적·행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산불 피해 지역에 대한 신속한 지원과 복구 작업이 이루어져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산림 관리 체계를 강화해 산불 위험을 줄여야 한다.
산불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다. 특히, 봄철 산불은 예방이 가능하며, 체계적인 관리와 대응이 이루어진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대형 산불이 반복되는 지금, 단순한 임시방편이 아닌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