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를 확정 짓기 직전, 체코 브르노 지방법원의 가처분 결정으로 본계약 체결이 전격 연기됐다. 프랑스 전력공사(EDF)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서, 한국의 첫 유럽 원전 수출은 일단 제동이 걸린 셈이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계약 지연을 넘어 한국의 원전 수출 전략 전체에 대한 시험대이자, 유럽 시장 진출에 따른 ‘법적 리스크’를 상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를 ‘수출 실패’로 해석하는 것은 성급하다. 본안 소송은 아직 진행 중이며, 체코 정부와 발주사인 EDUⅡ는 한수원의 제안이 기술·경제성 측면에서 EDF보다 우위에 있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더욱이 체코 경쟁당국은 이미 EDF의 문제제기를 “심사 권한 없음”으로 기각한 바 있고, 체코 총리까지 나서 “입찰 절차는 정당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수원과 한국 정부의 입장이 현지에서 상당한 신뢰를 받고 있다는 증거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정부와 한수원은 외교적 채널을 통해 체코 정부와의 공조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하며, 동시에 법적 대응을 치밀하게 준비해 EDF의 주장에 허점을 드러내야 한다. 이번 사업은 단순한 플랜트 수출이 아니라, 원전 설계·시공·운영·유지보수를 포함한 ‘팀코리아’의 역량이 총집결된 국가 핵심 산업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체코 원전 수출은 향후 유럽 전역의 원전 발주에서도 참고 사례가 될 만큼 상징성이 크다. 이번 가처분 인용이 계약 파기의 전조가 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전략적 대응과 외교력이 더욱 절실하다. 체코 정부 역시 본 프로젝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만큼, 한국 측이 신뢰와 전문성으로 일관한다면 충분히 반전의 기회는 있다.
국제 입찰은 기술력만으로 성사되지 않는다. 법적 대응 능력, 외교적 유연성, 현지 여론과 정치의 흐름까지 모두 고려해야 하는 고차방정식이다. 이번 사건은 향후 해외 원전 수출 확대를 위한 ‘교훈’으로 삼아야 하며, 체계적이고 법리적 대응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우고 있다.
한국형 원전은 이미 기술력으로 검증받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흔들림 없는 대응력이다. 체코 원전 수출의 성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