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도심 초등학교의 학생 수가 급감하고 있다. 2025학년도 기준 경주지역 전체 초등학생 수는 사상 처음으로 1만 명 선이 무너졌고, 신입생은 불과 1,282명으로 10년 전보다 40% 이상 감소했다. 이 같은 변화는 단순한 인구 통계가 아니라 지역 교육 체계와 도시 구조 전반에 중대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따라 계림초·월성초·신라초 통폐합과 부지 활용 방안은 뜨거운 지역 현안으로 떠올랐다. 도심의 만성적인 주차난과 생활 인프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과소학교를 통합하거나 외곽으로 이전하고, 빈 부지를 지하주차장, 커뮤니티센터, 체육관 등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황리단길 초입에 위치한 신라초의 입지적 가치는 이러한 제안을 더욱 현실성 있게 만든다.
정부도 발맞춰 ‘폐교 재산 활용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폐교 부지를 주민 편의시설로 전환할 수 있도록 특별교부금 지원을 약속했다. 과거 복잡한 행정 절차로 인해 활용이 어려웠던 폐교 자산을 지역 사회가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그러나 교육계와 일부 시민들은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작은학교의 폐교는 지역 공동체 해체와 정주 기반 약화를 불러올 수 있고, 특히 ‘자유학구제’ 등 소규모 학교 살리기 정책과도 상충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라초는 이 제도를 통해 3년간 12명의 학생을 유치하며 가능성을 보여준 바 있다.
이제 경주시는 단순한 통폐합이나 폐교 여부를 넘어서야 한다. 핵심은 ‘교육의 존립 가치’와 ‘도시의 생활 인프라 확충’이라는 두 목표를 어떻게 조화롭게 이룰 수 있는가이다. ‘작은학교+생활SOC 복합전환’과 같은 창의적인 모델이 해답이 될 수 있다. 일부 교실은 계속 교육 공간으로 유지하고, 나머지는 마을 도서관, 돌봄센터, 체험 공간 등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폐교는 끝이 아니라 변화의 시작이다. 과거 학생들의 배움터였던 공간이 이제는 시민 모두의 삶터로 재탄생할 수 있다. 교육청과 지자체, 시민이 함께 머리를 맞댈 때, 경주는 저출산 시대의 위기를 도시 재생의 기회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