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 선거가 공식 선거운동과 함께 국민의 선택을 향한 긴 여정이 본격화됐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전례 없는 혼란과 불확실성 속에서 치러지고 있다. 정치권의 혼탁한 공방과 사법부의 개입 논란, 그리고 후보들의 검증되지 않은 공약들까지 모든 것이 국민의 신뢰를 시험하고 있다.
가장 주목되는 변화는 주요 후보들이 나란히 개헌을 공약으로 내세웠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4년 연임제와 국회 추천 총리제, 감사원 국회 이관을 골자로 한 개헌안을 제시했고,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차기 대통령 임기 3년 단축과 함께 4년 중임제로의 개헌, 대통령 불소추 특권 폐지를 내걸었다. 개헌의 방향성은 다르지만, 낡은 정치 시스템을 바꾸겠다는 점에서는 공감대를 이뤘다.
하지만 양측의 공방은 시작부터 소모적이다. 상대의 개헌안을 “권력 집중 꼼수” 또는 “불리한 선거를 모면하려는 술수”라며 깎아내리고 있다. 개헌이 정치적 정쟁의 도구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신뢰와 책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후보들이 개헌의 시기와 방식에 대해 선거 전 국민과 약속하고, 실현을 위한 구속력 있는 협약을 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치권의 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국민의힘 내부는 김문수·한덕수 단일화 논의를 둘러싼 잡음으로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내 후보를 선출하자마자 지도부와의 갈등이 드러났고, 단일화에 대한 명확한 입장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며 사법부와의 전면전을 예고했다. 다섯 건에 이르는 재판이 정치탄압이라는 시각과 함께 법관 탄핵이라는 초강수까지 거론되었다.
이처럼 정치는 혼탁하고 사법부는 분열적이며, 국민의 신뢰는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혼돈 속에서도 흔들리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유권자의 판단’이다. 불안정한 상황일수록 국민 개개인의 선택이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최후의 보루가 된다.
민주주의는 제도의 문제가 아니다. 참여의 문제다. 우리가 지금 어떤 기준으로, 어떤 사람을, 어떤 방향으로 선택하는지가 앞으로의 대한민국을 좌우할 것이다. ‘표는 곧 권력’임을 되새기며, 유권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신중한 판단과 책임 있는 선택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지금 이 혼란을 넘어설 유일한 해법은 바로 국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