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인의 신분이나 태도에 따라 달라지는 경주시의 행정 대응이 시민들의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공정과 원칙 없는 ‘고무줄 행정’은 시민을 위한 공공서비스의 본질을 훼손하는 행위다.   경주시의 행정 대응이 민원인에 따라 들쭉날쭉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같은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민원인의 사회적 지위나 언행에 따라 처리 속도와 결과가 판이하게 달라지는 행태는 공정성을 생명으로 하는 행정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실제로 지역 내에서는 유사한 민원을 제기한 시민 A씨와 B씨가 전혀 다른 대응을 받았다는 사례가 회자되며 행정의 일관성 결여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단순한 민원 처리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행정기관이 시민 전체를 공평하게 대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며, 더 나아가 법 앞에 평등해야 할 사회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위다. 특히 일부 공무원들이 ‘누가 민원을 제기했는가’에 집중하며, 상대에 따라 친절도나 협조 수준이 달라지는 모습은 시민사회 전반에 깊은 좌절감을 안겨주고 있다.공무원의 역할은 특정 집단이나 인물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 전체 시민에게 동일한 기준으로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경주시 행정은 이러한 책무에서 이탈하고 있다. 이는 행정에 대한 신뢰도를 무너뜨리고, 민원인을 ‘관계’나 ‘기싸움’으로 대응하는 잘못된 문화로 이끌 우려가 크다.   공정한 행정은 정해진 규정과 절차를 기준으로 삼는 데에서 출발한다.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는 기준은 결국 행정의 권위를 스스로 실추시키는 자충수가 된다. 경주시가 진정 시민을 위한 행정을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행정 내 내부 기준의 일관성을 점검하고, 모든 민원에 대한 대응 프로세스를 투명하게 공개하며, 차별 없는 응대를 원칙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또한 관리자급 공무원들은 이런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교육과 감찰을 강화하고, 실제 현장에서 어떤 기준으로 민원이 처리되고 있는지 실태 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 정치는 신뢰를 먹고 자라며, 행정은 공정함을 바탕으로 유지된다.     시민의 감시 없이 바로잡히기 힘든 현실이라면, 언론과 시의회는 이 문제를 외면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고발해야 할 책무가 있다. 행정은 권력이 아니라 봉사다. 민원인은 고객이 아닌 ‘주권자’다. 주권자 앞에서 줄자를 쥐고 눈치를 보는 행정은 오래 가지 못한다. 경주시 행정의 기준은 더 이상 ‘사람에 따라’가 아니라 ‘법과 원칙에 따라’여야 한다. 글 이채근(경주시민신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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