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경주 황남동 일대가 추진해온 ‘고도 이미지 찾기 사업’이 도시재생과 문화관광의 대표 성공 사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옥 456건, 담장 및 대문 등 331건 등 총 858건의 정비가 이뤄졌고, 그 중심에 선 황리단길은 이제 전국적인 문화 명소이자 청년 창업의 거점으로 성장했다.   ‘고도 이미지 찾기 사업’은 단순한 건축물 보수에 머무르지 않았다. 전통 경관을 바탕으로 지역 상권이 자연스럽게 회복됐고, 도시의 역사적 정체성이 일상 속에 녹아들면서 시민의 삶의 질 또한 크게 향상됐다. 한옥의 감성과 현대적 감각이 조화를 이룬 황남동은 경주의 새로운 얼굴이 되었으며, 이 같은 변모는 국내외 관광객의 발길을 끌어들이는 중요한 문화자산이 되었다.   오는 10월 경주에서 열릴 APEC 정상회의는 이 같은 변화의 가치를 세계에 알릴 기회다. 황남동은 경주의 유산이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거점이라는 사실을,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더욱 명확하게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유산을 단지 보존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것이 아니라, 창조적으로 재해석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향유하는 자산으로 만드는 일은 문화정책의 이상적 방향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이제는 지난 10년의 성과를 넘어선 미래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통경관 정비가 일회성 사업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관리와 사후 정책 설계가 따라야 한다. 국가유산청이 현재 진행 중인 정책연구는 이런 맥락에서 의미가 깊다. 단순히 건축물 숫자가 아닌, 관광객의 체류 시간, 지역 경제 활성화, 창업률 증가 등 실질적 파급효과를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고도 정책의 다음 10년을 설계해야 한다.   황남동의 변화는 전통을 고수하는 것과 현대와 공존하는 것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을 이룬 보기 드문 사례다. 전국 각지에서 문화재 보존과 도시개발의 균형을 고민하는 지자체들에게 경주는 훌륭한 교본이 된다. 이 흐름이 일회성 성과로 끝나지 않고, 경주의 또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길 기대한다.경주는 단순히 과거를 간직한 도시가 아니다. 그 과거 위에 미래를 그려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도시다. ‘고도 이미지 찾기 사업’의 다음 단계는, 바로 이 가능성을 현실로 만드는 일일 것이다. 지속가능한 문화도시의 모범, 그 중심에 황남동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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