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낙영 경주시장의 “지오디 한물갔다” 발언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9일 경주시 보덕동에서 열린 ‘불후의 명곡 – 2025 경주 APEC 특집’ 사전녹화 현장에서 나온 이 발언은 지오디(g.o.d) 팬덤뿐만 아니라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도 적잖은 충격을 줬다. 주 시장은 “우리 세대 때 가수인데 한물 가지 않았나?”라는 짧은 코멘트를 무심코 던졌지만, 이 말은 현장 관객은 물론 온라인 공간까지 단숨에 퍼져나가며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사실 지오디는 1999년 데뷔 이후 ‘촛불 하나’, ‘어머님께’,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 등 시대를 초월한 히트곡을 탄생시킨 그룹이다. 단순히 과거의 영광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며 세대를 아우르는 무대에 오르고 있다. 실제로 현재도 지오디의 콘서트는 예매와 동시에 매진을 기록할 만큼 건재함을 증명한다. 이런 가수에게 ‘한물 갔다’는 발언은 단순한 농담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무례한 말이었다.
사건 이후 주 시장은 “지오디를 폄하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다”며 사과문을 게재했다. “우리 세대가 사랑했던 지오디가 지금도 활동 중이라는 반가움을 표현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해명하며 “표현이 부족했고, 그로 인해 상처를 드렸다면 무겁게 받아들이고 진심으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과가 전해진 이후에도 팬덤과 대중의 분노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해명보다는 진정성 있는 사과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와 함께,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라 문화적 무지와 아티스트에 대한 무례를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주 시장의 발언을 향한 비판은 단지 ‘한마디’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오랜 세월 음악으로 사랑받아온 아티스트와, 그들의 음악을 통해 추억을 공유하는 대중의 감정을 가볍게 여긴 태도에 대한 실망이었다. 문화예술은 단순히 소비되는 상품이 아니다. 그것은 수많은 이들의 시간과 노력, 그리고 감정이 쌓여 만들어진 집합체다. 특히 대중가수에게 ‘한물 갔다’는 말은 그 모든 노력과 세월을 부정하는 가벼운 농담으로 들릴 수밖에 없다.
논란 속에서 지오디의 멤버 박준형은 “누가 뭐라 해도 우린 괜찮다. 하루이틀 장사하나”라며 팬들을 다독이는 메시지를 인스타그램에 남겼다. 오랜 세월 무대를 지켜온 뮤지션답게, 그는 팬들에게 “자질구레한 말에 상처받지 말라”고 위로의 말을 전했다. 오히려 당사자보다도 더 성숙한 태도를 보인 그의 말이 더욱 인상 깊게 다가온다.
주 시장은 지역 행사에서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던진 말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공적인 자리, 그것도 많은 시민과 문화예술인들이 함께한 자리에서 던진 발언의 무게는 개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크다. 문화와 예술을 대하는 태도는 작은 실언 하나에도 그 진정성이 드러난다. 이번 논란이 보여준 것은 결국, 문화예술에 대한 존중과 공감이 부족하면 어떤 말도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경주시뿐만 아니라 모든 지역사회와 공직자들이 되새겨야 할 메시지가 있다. 문화예술인은 단지 ‘공연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지역의 역사와 추억, 공동체의 정서를 함께 나누고 만들어가는 소중한 동반자다. 그리고 그 관계는 존중을 바탕으로 할 때만 지속될 수 있다.
주 시장은 “앞으로는 신중하고 진정성 있게 시민과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그 다짐이 단순한 사과로 끝나지 않고, 문화예술과 지역사회를 대하는 태도로까지 이어지길 기대한다. 작은 농담이라도, 그 안에는 무심코 지나칠 수 없는 무게가 담겨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것이 지역과 아티스트, 그리고 시민을 위한 진정한 ‘공감과 존중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