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경주지역은 투표율 79.54%라는 눈에 띄는 수치를 기록하며 지역민의 높은 관심과 정치적 열기를 보여주었다. 보덕동은 84.95%로 최고치를 기록했고, 반면 감포읍은 71.28%로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처럼 경주에서의 높은 투표율은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는 유권자들이 국가와 지역의 미래를 결정짓는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경주가 더 이상 보수 일색의 정치지형만을 고수하지 않겠다는 조짐으로도 해석된다.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65.27%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지역 승리를 가져갔지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26.46%의 득표율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민주당은 19대 문재인 후보 22.76%, 20대 이재명 후보 24.76%에서 이번에 26.46%까지 올리며 경주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는 경주지역 내에서 진보정당에 대한 기류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물론 여전히 경주는 국민의힘의 전통적 지지 기반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국민의힘의 분열, 내홍 등 보수 진영의 위기가 경주지역 정치구도에도 미묘한 파동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김문수 후보는 경주에서 41.15%를 얻으며 역대 선거 중에서도 가장 낮은 국민의힘 후보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는 국민의힘이 경주에서도 더 이상 ‘보수정당=승리’라는 공식을 무조건적으로 기대할 수 없다는 경고음으로 들린다.
이번 선거에서 보수 정당의 기득권에 도전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선전은 향후 경주지역 정치판의 변화를 예고한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경주지역 기초의회에서 4명을 진출시키며 지역 기반을 확대했고, 이번 대선 득표율 상승으로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일정 부분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여전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그림자와 ‘내란 정국’이라는 과거를 끊어내지 못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내홍과 분열로 표심 이탈을 자초한 만큼, 새로운 리더십과 쇄신 없이는 더 큰 위기가 닥칠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결국 이번 대선에서 경주지역이 보여준 높은 투표율과 더불어민주당의 상승세는 “정치의 변화” 가능성을 품고 있다. 유권자들은 더 이상 한 정당에 무조건적인 충성만을 보내지 않고, 정책과 후보의 자질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이러한 민심의 변화를 읽지 못한다면, 국민의힘은 보수의 본산 경주에서도 더 이상 안심할 수 없을 것이다.
경주지역이 보여준 ‘변화의 씨앗’을 살려내기 위해서는 지역 정치권 모두가 유권자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여야 한다. 보수와 진보를 떠나 지역발전과 주민의 삶을 최우선에 두고 협력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경주 유권자들이 79.54%라는 높은 투표율로 정치에 던진 진정한 메시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