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압박·불공정 인사에 피로감 호소간부엔 “승진 위한 희생 그만”실무자는 “MZ세대 존중·기본은 지켜야”
경주시청 공무원들이 인사제도와 조직문화에 대한 목소리를 익명 설문을 통해 쏟아냈다. 전국공무원노조 경주시지부가 지난 4월 7일부터 20일까지 조합원 25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좋은 직장 만들기 프로젝트’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대다수가 승진과 전보, 조직 내 관계 등에 불만을 토로하며 근본적인 개선을 요구했다.
전체 응답 1,500여 건 중 ‘자유 의견’이 전체의 40% 이상을 차지했고, 특히 ▲불공정 인사 ▲소통 부족 ▲업무 전가 ▲갑질 문화 등 반복된 문제들이 응답자 전반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났다.시의원에 대한 의견에서는 민원성 압박과 과도한 업무지시를 지적하는 내용이 가장 많았다. “과도한 자료 요구와 해결 불가능한 민원은 자제해달라”는 요청부터 “공무원에게 청렴을 요구하면서 본인들은 예외인 듯 민원 압박을 준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응답자 224명 중 20.1%가 ‘개선 및 제안’ 항목을 통해 시의원의 민원 개입을 지양해 달라고 했고, 39.3%는 자유 의견에서 “감시자가 아닌 동행자가 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시민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시의 노력은 필요하지만, 업무 현실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시장에게 바라는 의견은 ‘자유 의견’이 44.9%로 가장 많았다. “모든 직원의 노력을 시장의 치적으로만 삼지 말라”거나 “포퓰리즘 정책이 과도하면 현장 직원이 고통을 받는다”는 의견이 대표적이다.
‘공정한 인사’를 요청한 응답도 다수였다. “연공서열 인사 그만” “승진 적체 심각하다”는 호소와 함께, “전보 인사도 공정하게 해달라”는 요청이 이어졌다. 특히 “근속으로 승진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표현에선 현장의 좌절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간부(4·5급)급에 대한 평가에서는 “업무보다 자신의 치적을 위해 직원들을 이용하지 말라”는 비판이 가장 많았다. “직원도 사람이다. 부품이 아니다”는 목소리와 함께, 실적 중심의 무리한 지시, 갑작스러운 인사, 정치적 회식 문화 등에 대한 피로감이 강하게 나타났다
.중간관리자(6·7급)에게는 “업무는 떠넘기고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잦았다. “팀워크를 해친다”는 평과 함께 “정작 팀장이 소통하지 않아 고통은 하위 직원에게 전가된다”는 지적도 있었다일선 실무자(8·9급) 간에도 갈등은 존재했다. 응답자의 45.5%가 ‘자유 의견’을 통해, “전화 안 받기, 인사 안 하기, 업무 떠넘기기” 같은 ‘기본이 안 되는’ 문제를 꼬집었다.
또 “MZ세대라서 예민하다”며 선배 공무원과의 갈등을 언급하거나, “회식·소통을 너무 거부하지 말고 기본은 갖추자”는 의견도 있었다. 반대로 “기성세대가 무리 만들고 감정적으로 움직인다”는 반론도 제기돼 세대 간 갈등 양상이 드러났다노조 측은 이번 설문을 계기로 조합비 투명성 제고, 복지 혜택의 공정한 분배, 실질적인 고충 시스템 구축, 제도개선 건의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경주시청의 한 노조 관계자는 “시민과 직원을 함께 바라보는 균형 잡힌 시정 운영이 필요하다”며 “공직사회 안에서 공정과 존중이 회복되는 것이 진짜 ‘좋은 직장’의 시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