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여 년 전,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전쟁터로 향했던 청춘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 중 일부는 끝내 돌아오지 못했고, 살아생전 약속된 훈장도 받지 못한 채 이름 석 자마저 세월에 묻혔다. 이제야 그 빛바랜 시간 위로 조용히 훈장이 도착했다.
경주시는 지난 8일, 6·25전쟁 75주년을 맞아 전사한 참전용사 다섯 명의 유족에게 무공훈장을 전수했다. 故 권상호, 故 임철규, 故 권오만, 故 김학봉, 故 최덕임 씨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모두 1950년대 전투 중 산화했으나, 전사로 인해 정당한 수훈 절차를 밟지 못했다.
이날 전수된 무공훈장은 단순한 훈장이 아니다. 참전의 공훈과 희생을 공식적으로 기록하고, 유족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위로하는 국가의 상징적 손길이다. 특히 이번 전수는 국방부의 ‘6·25 무공훈장 주인공 찾기 캠페인’의 성과이기도 하다. 캠페인은 누락된 2만 6천여 수훈 대상자의 명예 회복을 목표로 연말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전수식에서 故 권오만 상병의 자녀 권상곤 씨는 “아버지를 다시 떠올릴 수 있게 해준 자리”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긴 시간 침묵했던 이름이 불린 그 순간, 유족의 눈시울은 뜨겁게 젖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국가유공자의 희생을 끝까지 기억하고 예우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경주시는 앞으로도 유공자 예우 확대와 관련 활동을 지속해갈 계획이다.
이제는 늦었지만, 그래도 너무 늦지 않았다. 국가가 부르는 이름, 그것은 가족이 품고 살아온 기억을 ‘존경’이라는 말로 환하게 밝혀주는 힘이 있다. 70년의 기다림 끝에 도착한 훈장이 그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