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경주, 계림고 ‘현곡행’...지역사회 촉각폐역된 서경주역 인근 이전 검토…교육환경 ‘새 판 짠다’경북교육청, 공간재구조화 예산 효율·학생 학습권 고려
황성동에 위치한 계림고등학교가 도심 내 공사로 인한 제약과 학생 학습권 보호를 이유로 신축 이전을 검토 중이다. 이전 유력 후보지로는 폐역된 서경주역 인근 현곡면 일대가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으며, 해당 지역은 농어촌특별전형 적용이 가능한 곳으로 입시 측면에서도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계림고가 이전할 경우 경주지역 교육구도는 물론, 인근 고등학교와의 경쟁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 귀추가 주목된다.경상북도교육청은 지난 2월, 계림고를 포함한 도내 19개 학교를 ‘2025년 공간재구조화 사업 대상 학교’로 선정해 발표했다. 해당 사업은 기존의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정책을 계승한 것으로, 40년 이상 된 노후 학교 시설을 현대화해 사용자 중심의 학습공간 및 지역사회와의 연계가 가능한 복합 공간으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도교육청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155교(232동)에 1조 5454억원으로 53교의 사업을 완료했고, 나머지에 대해서도 2028년까지 1조 156억원을 투입해 마무리 할 계획이다.계림고는 1984년 개교해 40년이 지난 노후학교로, 기존 계획대로라면 현재 위치에서 리모델링 혹은 개축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황성동 중심에 위치해 있어 주택가 밀집지역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공사 진행이 여의치 않다. 도교육청에서는 “도심 내 공사는 진입 차량 확보나 소음 민원 등 여러 문제로 실질적인 공사 자체가 어렵다”며 “모듈러 교실 설치 역시 막대한 예산과 민원 부담이 예상돼 신축 이전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특히 최근 교육청의 공간재구조화 사업은 초기와 달리 모듈러 교실 사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계림고 역시 이 같은 방향 전환의 대표적 사례다. 학교 이전 시 학생들의 교육 환경 확보, 지역 내 교통 편의성, 지역사회와의 협력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폐서경주역 인근 현곡면 지역이 주요 후보지로 검토되고 있다.경북도교육청은 서경주역 부지를 관리하는 한국철도시설공단, 그리고 경주시와 수차례 협의를 진행했다. 현재 논의 중인 방식은 기존 계림고 부지와 서경주역 부지를 맞교환하는 형태다. 아직 구체적인 협약이 체결된 것은 아니지만, 내부적으로는 이전 타당성과 실행 가능성에 대한 검토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전이 현실화될 경우, 입시 전략에도 큰 변화가 생긴다. 현곡면은 행정구역상 농어촌 지역으로 분류되며, 계림고가 이 지역으로 이전할 경우 ‘농어촌 특별전형’ 자격이 주어진다. 해당 전형은 수도권 주요 대학과 의학계열 학과 진학 시 경쟁력을 갖는 제도이며, 초·중·고 또는 중·고등학교 재학과 거주지를 기준으로 적용된다.이에 대해 지역 교육 관계자는 “계림고가 현 위치에서는 공립학교임에도 지역 내 사립학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현곡 이전은 농어촌 전형을 활용할 수 있고, 주변 환경이 쾌적하며 통학 거리도 충분히 수용 가능한 범위에 있어 실질적 이점이 많다”고 설명했다.하지만 계림고 이전으로 야기되는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 대표적인 예가 안강에 위치한 경주예일고등학교다. 예일고는 과거 안강여자고등학교에서 남녀공학으로 전환하며 교명을 바꾸고, 안강지역 남학생들의 시내권 학교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으로 기능해 왔다. 그 결과, 예일고는 남학생 비율이 점차 증가해 현재 1학년 45%, 2학년 33%, 3학년 37%로 전체 평균 약 38%를 기록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는 농어촌특별전형 활용을 기대하는 학생들이다.계림고가 현곡면으로 이전하게 된다면 같은 학구 내 농어촌 고등학교로 기능하게 되어 입시 전략에서 중복이 발생하거나 학생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계림고 이전은 어디까지나 학생 중심의 교육환경 조성과 입시 혜택 극대화 측면에서 검토되는 사안”이라며 “경주예일고와의 중복 문제 역시 함께 검토하고 있으며, 향후 시민 의견 수렴을 거쳐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계림고는 현재 17개 학급(특수학급 2개 포함) 총 341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며, 개교 이래 7,000명 이상의 졸업생을 배출한 지역의 중견 공립고등학교다. 지난 38회 졸업식을 통해 누적 졸업생은 7,032명을 기록하고 있다.주택 밀집지역인 황성동 중심에 자리한 계림고의 이전은 단순한 물리적 이전을 넘어 경주지역 교육 지형 자체를 바꿔놓을 중대한 결정이 될 전망이다. 도교육청은 현재 다양한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이전 또는 리모델링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며, 관련 논의는 지역사회와 교육 당사자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투명하고 신중하게 진행될 예정이다. 이종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