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폐물 반입수수료 문제와 고준위 방폐물 처리 논란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정부의 책임 회피와 더불어, 경주시와 시의회의 늑장 대응은 시민의 희생을 헛되게 만들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과 반가움이 교차 된다. 이제 경주시의회는 그 책임을 외면하지 말아야 할 때다.경주시 그리고 경주시의회가 지난 1일 ‘고준위 방폐물관리 특별법 시행령’ 입법예고 후 한참 뒤 때늦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기존 건식저장시설 보상 방안의 명문화와 방폐물 반입수수료 정상화를 촉구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성명서를 바라보는 많은 시민들의 반응은 냉소적일 것이다. 진작에 나섰어야 할 일을 이제 와서야, 그것도 시행령이 입법예고된 시점에야 들고나온 모습이 뒷북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2005년, 경주 시민들은 국가 에너지 정책에 부응하고자 방폐장 유치를 결단했다. 정부는 이에 대한 대가로 연 13,333드럼 기준 드럼당 637,500원을 산정해 약 85억 원의 반입수수료를 지급하겠다고 법제화까지 약속했다. 그러나 현실은 약속과 너무도 달랐다. 실제 반입 물량은 턱없이 적었고, 수수료는 말조차 아까울 정도였다. 당초 약속과는 터무없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경주시는 두 차례 반입수수료 인상을 요구했으나, 정부는 묵묵부답이었고, 경주시와 시의회 역시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고준위핵폐기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당시 정부는 해당 폐기물을 2016년까지 반출하겠다고 밝혔지만, 2025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그 약속은 이행되지 않았으며, 경주시와 시의회는 이를 제대로 추궁하거나 요구한 적조차 없다. 오랜 진통 끝에 고준위특별법이 제정되고, 시행령이 입법예고되었을 때 비로소 “기존 건식저장시설 보상이 없다”는 이유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전형적인 모습이다.시민들은 이제 묻고 있다. “왜 이제 와서 목소리를 내는가?”, “20년간 지켜지지 않은 약속들을 바라만 본 지자체의 책임은 없는가?” 시민의 희생은 정부만의 책임이 아니다. 침묵하고 무대응으로 일관한 경주시와 시의회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치적 계산과 행정의 안일함이 오늘의 위기를 불러온 것은 아닌가 되묻게 된다.경주는 더 이상 소외된 도시가 아니다. SMR 국가산단, 중수로 해체기술원, i-SMR 기술개발 등 미래 원자력 산업의 중심 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다. 하지만 그 위상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시민과의 신뢰가 전제되어야 한다. 시민의 희생이 정당하게 보상받지 못하는 현실에서 무슨 미래를 말할 수 있는가?이번 성명서는 늦었지만 시작이어야 한다. 또다시 뒷북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경주시와 시의회는 말뿐인 대응이 아닌, 실질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 정부와의 강도 높은 협상을 통해 반입수수료 정상화, 건식저장시설 보상 명문화, 그리고 시민들의 안전까지 구체적인 목적을 이끌어내야 한다.방폐장 유치 20년 전 시민들은 믿었다. 그리고 지금, 그 믿음은 시험대 위에 놓여 있다. 정부는 경주를 기억하는가? 그리고 경주시는 시민의 희생을 기억하고 있는가?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보상과 대책 마련에 나서지 않는다면, 시민의 인내는 한계에 이를 것이다. 경주의 다음 20년을 위한 준비는 지금부터다. 더 이상 늦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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