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단순한 애완동물이 아닌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보험 시장의 구조까지 바꾸고 있다. 반려동물 보험의 급성장은 이러한 흐름을 대변하며, 이제는 ‘동물 치료’가 아닌 ‘가족 케어’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반려동물 보험 시장은 2018년까지만 해도 연간 11억 원 수준에 머물렀던 보험료 수입이, 2023년에는 443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단순한 수치의 증대를 넘어, 사회 전반의 가치관 변화와 맞물린 현상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반려동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고 있고, 이에 따라 보험의 개념도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최근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전체의 약 30%에 달한다. 특히 반려견, 반려묘를 자녀처럼 돌보는 문화가 확산되며, 예방접종은 물론 각종 정밀 진단, 수술, 재활 치료까지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하지만 이에 따른 경제적 부담도 함께 커지고 있다. 반려동물 1회 치료비는 평균 10만 원에서 100만 원까지 다양하게 분포되며, 중증 질환이나 응급 상황에서는 수백만 원이 소요되기도 한다.이 같은 현실에서 반려동물 보험은 단순한 비용 절감 수단이 아닌, `가족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장치`로서 기능하고 있다. 특히 386세대(1960~70년대생)들이 부모 역할을 넘어 반려동물과의 유대감에 집중하면서, 기존의 ‘애완동물’ 개념은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이들은 자녀가 독립한 후 반려동물을 새로운 정서적 중심축으로 삼으며, 자연스럽게 보험 가입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반려동물 보험이 사회적으로 더욱 자리잡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제도적 장치도 병행되어야 한다. 현재 국내 반려동물 보험 가입률은 1% 내외에 머물고 있으며, 보험사별 보장 범위나 청구 방식, 수의사의 진단 기준 등이 통일되어 있지 않아 소비자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반려동물 등록제의 의무화, 진료비 표준화, 보험금 청구 절차의 간소화 등은 보험 시장의 신뢰를 높이는 핵심 요소가 될 수 있다.결국 반려동물 보험은 단순히 경제적 장치로서만이 아니라,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방식`의 하나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보험 가입은 곧 책임감 있는 반려 생활의 출발점이며, 우리 사회가 생명에 대한 존중을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척도이기도 하다. 반려동물이 진정한 가족으로 인식되는 오늘, 이들을 위한 보호 장치 역시 가족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히 제공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보험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존중의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