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문관광단지가 조성된 지 반세기가 지났다. 한때 경북을 대표하는 휴양지이자 전국적 관광 거점이었던 이곳은 이제 낡고 빛바랜 시설과 방치된 공간들로 인해 활력을 잃은 지 오래다. 특히 내년 열릴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도 여전히 근본적인 리뉴얼 없이 외형 치장에만 급급한 현실은 지역 관광 정책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경북문화관광공사는 이름 그대로 지역 문화와 관광의 중추 기관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신규 사업 유치와 단기적 홍보에만 몰두한 나머지, 정작 관광단지의 체질 개선과 장기적 경쟁력 확보에는 소홀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오랜 세월 방치된 콩코드호텔과 신라밀레니엄파크는 이미 흉물로 전락했지만, 공사는 민간자본 유치만을 되풀이하며 실질적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는 단지의 브랜드 가치를 갉아먹고 경주의 관광 이미지를 추락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
실패 사례는 또 있다. 과거 모다아울렛의 대규모 상업시설 유치 계획은 무산됐고, 지역 관광 명물이 될 것이라던 보문 짚라인 사업도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좌초됐다. 이러한 반복된 좌절의 배경에는 공사의 전략 부재와 실행력 부족이 자리하고 있다. 근본적인 체질 개선 없이 외부 자본만을 기다리는 태도는 ‘공공기관의 존재 이유’에 의문을 품게 한다.
최근 들어 보문단지 일대에 수백억 원이 투입되어 도로 정비와 경관 조명이 개선되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겉모습을 가다듬는 수준에 머물 뿐, 관광객이 오래 머물며 지역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핵심 콘텐츠 강화에는 연결되지 않는다. 결국 “빛 좋은 개살구”라는 냉소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겉치레에 치중하는 행정의 한계가 다시 한번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제 보문관광단지가 나아가야 할 길은 분명하다. 첫째, 방치된 시설부터 재정비하고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 외형적 치장보다 콘텐츠와 체류형 프로그램을 확충해 관광객이 ‘경주에 머물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둘째, 공공이 주도적으로 기본 틀을 마련한 뒤 민간 자본을 연계하는 방식으로 구조적 변화를 꾀해야 한다. 단순히 “민간 유치”라는 구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셋째, 정책 수립 과정에서 시민과 전문가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지역사회와 괴리된 행정은 결국 외면받기 마련이다.
경북문화관광공사는 이제라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새 사업’이라는 명분 아래 현실을 외면하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관광단지 50년의 성과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50년을 준비하는 전략적 전환이 절실하다. ‘지속가능한 관광’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보문관광단지는 그 시험대에 올라 있다.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2025년 APEC은 단지 일회성 행사로 끝나고, 보문관광단지는 또 다시 낡은 유적처럼 뒤처지고 말 것이다.
지역의 미래는 관광에 달려 있다. 그리고 관광의 미래는 보여주기식 외형이 아니라, 내실 있는 콘텐츠와 지속 가능한 운영에 달려 있다. 경북문화관광공사가 이 본질을 직시할 때, 보문관광단지는 비로소 또 다른 50년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