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와 지역 시민단체, 원전 인근 주민들이 정부를 향해 기존 건식저장시설(캐니스터·맥스터)에 대한 보상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오는 9월 26일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 시행을 앞둔 가운데, 시행령에 현존 시설에 대한 보상 규정이 빠져 있다는 이유에서다.경주시의회 국책사업추진 및 원전특별위원회(위원장 오상도)는 지난 1일 경주시청 본관 앞에서 원전범시민대책위원회, 동경주발전협의회 등과 함께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정부가 기존 건식저장시설 보상 방안을 외면한다면 방폐물 반입 금지와 방폐장 운영 중단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항하겠다”고 경고했다.“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주민 불신 고조성명서 발표에서 단체들은 두 가지 핵심 요구를 내세웠다. 첫째, 1991년 이후 월성원전 내에서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해온 기존 건식저장시설에 대해 보상 방안을 명문화할 것. 둘째, 중·저준위 방폐장 유치 당시 매년 85억 원의 지원수수료 지급을 약속했으나, 실제로는 방폐물 반입 지연으로 연 16억원에 그친 만큼 약속된 수준의 정상화를 이행할 것. 참석한 주민들은 “경주가 국가 에너지 정책을 위해 감당해온 희생은 이미 한계를 넘어섰다”며 “정부가 정당한 보상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더는 협조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특히 9월 3일에는 동경주 주민 1천여 명이 세종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대규모 항의집회를 벌일 예정이다. 주민들은 집회를 통해 정부에 ‘분명한 답변’을 요구하겠다는 방침이다.문제의 발단은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입법예고한 고준위 방폐물관리 특별법 시행령이다. 이 시행령은 원전 부지 내에 신규 저장시설을 설치할 경우 지원 규정을 두고 있으며, 주변 지역에 전기요금·상수도 요금·난방비 지원, 복지·소득증대 사업 등 다양한 지원책을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미 가동 중인 기존 월성원전 건식저장시설에 대해서는 어떤 보상 규정도 포함하지 않았다. 주민들이 “이중잣대”라며 반발하는 이유다.월성원전은 지난 1991년부터 캐니스터를 통해 3007다발의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해왔다. 이어 2000년에는 1만2800다발 규모의 맥스터 6기를 건설했고, 2022년에는 16만8000다발을 수용할 수 있는 2차 맥스터 7기가 추가로 가동을 시작했다. 현재까지 월성원전 내에는 총 20만 다발 이상이 임시 보관돼 있는 셈이다.그럼에도 시행령은 앞으로 신설될 시설에 대한 지원 규정만 두고 있어 주민들은 “정부가 과거 희생은 무시한 채 미래만 챙긴다”고 반발하고 있다.지원수수료 문제도 ‘뜨거운 감자’또 다른 쟁점은 지원수수료 정상화다. 중·저준위 방폐장이 경주에 유치될 당시 정부는 매년 85억 원의 지원수수료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실제 지급액은 방폐물 반입 지연을 이유로 연 16억 원 수준에 머물렀다. 주민들은 “국가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한 주민은 “방폐물은 들여오면서 정작 약속된 지원은 지연·축소하는 것은 이중적 태도”라고 비판했다. 경주시는 이날 성명서 발표 직후 대응 입장을 내놨다. 시 관계자는 “시민단체에서 제기한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며 “요구사항을 면밀히 검토해 정부 및 관계기관과 적극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경주시는 국가 원자력 정책의 주요 거점 도시로서 시민 안전과 지역 발전을 최우선에 두고 합리적인 보상·지원 방안을 모색하겠다”며 “정부가 지역 희생에 상응하는 조치를 마련하도록 촉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보상 논란 장기화 전망고준위 방사성폐기물관리 특별법은 오는 9월 26일 시행된다. 법은 중간저장시설을 2050년 이전, 최종 처분시설을 2060년 이전에 가동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시행령은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을 둘러싼 지원 규정을 담았으나, 기존 시설에 대한 보상은 빠져 있어 갈등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원전 운영과 지역 지원은 동전의 양면”이라며 “기존 시설 보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정부 정책에 대한 주민 신뢰는 더욱 낮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지원금 문제가 아니다. 경주시민들이 수십 년간 국가 에너지 정책을 위해 감내해온 희생과 직결된 문제다. 기존 건식저장시설에 대한 보상과 지원수수료 정상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주민 반발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정부가 어떤 해법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경주의 향후 원전 정책 수용성은 물론, 국가 에너지 정책 전반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이종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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