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제1차 경주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 1
연 6만톤 감축 로드맵, 2030·2034년 수치 중심...실행력 공백위원회·총괄부서 체계 명시...시민 참여와 점검절차·설계는 엷어“목표는 있지만 실행 경로는 흐릿…탄소중립 계획 구조적 경직”“수송 부문 역행, 공개·참여 설계 취약…경주가 풀어야 할 과제”
경주시는 2018년을 기준으로 2030년과 2034년의 탄소배출 감축 목표를 제시했지만, 감축의 속도와 경로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특히 수송 부문은 배출 증가세가 예상되면서도 동시에 최대 감축을 맡는 구조적 긴장을 안고 있다. 연차별 세부 과제와 재정·정책도구의 연계, 중간점검 시 보정 장치, 시민 참여와 공개성 강화 등은 아직 미흡하다. 이번 기사는 경주시 탄소중립 계획의 형식적 성과와 구조적 한계를 짚고, 실질적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과제를 분석한다. <편집자 주>
계획의 ‘형식’은 갖췄으나 ‘속도’와 ‘경로’가 흐릿지난 2월 경주시는 2018년 배출량 2,406,012tCO₂eq를 기준점으로 삼아, 2030년 1,625,048tCO₂eq, 2034년 1,582,951tCO₂eq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또 총괄표에는 ‘관리권한 외 추가 감축노력 464,848t(19.3%)’이란 항목도 별도로 제시했다. 숫자만 보면 하향 곡선이 그려지지만, 감축의 상당 비중을 전환부문(전력믹스 등)처럼 지자체 직접 통제권 밖의 영역에 기대도록 설계했다는 점이 동시에 드러난다. 이는 건물·수송·농축산·폐기물·흡수원 같은 자체수단 중심의 직접 감축보다 대외 변수(전력 도매가격, 국가 전원구성, 고유가·전력피크, 이상기후)에 훨씬 취약하다. ‘목표치’와 ‘실행수단’의 거리가 멀수록 계획은 외생변수에 흔들린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연도별 감축 속도다. 연차별 목표배출량은 2025~2034년까지 계단식으로 소폭 감소하지만, 낙폭이 매우 완만하다. 중간점검 시 성과가 미흡할 경우 어디서, 어떤 수단으로, 얼마를 보정할지(backup plan)가 보이지 않는다. 순배출량(흡수원 포함)도 2025년 1,692,929t(톤) → 2030년 1,625,048t(톤) → 2034년 1,582,951t(톤)로 완만히 내려가지만, 매년의 실집행 과제·예산·규제·인센티브를 정량 연동한 ‘톤수 예산표(톤수-예산-정책도구 매트릭스)’가 대외 공개되어 있지 않다. 목표-수단-재정-평가가 한 장의 표로 연결되어야 공공의 감시와 현장 보정이 가능해진다.
정책 설계에서 “경로(route)”는 목표만큼이나 중요하다. 감축의 초기년도 가속은 조직과 시장을 움직이는 신호다. 초기에 성과를 확실히 내면, 중후반의 위험(탄소예산 소진, 규제 저항, 기술지연)을 상쇄할 수 있다. 반대로 초기에 속도가 나지 않으면 ‘마지막 2~3년 반짝 감축’을 가정하게 되는데, 이는 대부분의 도시에서 실패로 끝났다. 경주가 2030·2034의 앵커 포인트만 제시할 것이 아니라, 매년 최소 달성 톤수(하한)와 초과 달성 톤수(상한)를 함께 공표하고 분기별 KPI로 점검해야 하는 이유다.
수송은 ‘증가’, 건물·폐기물은 ‘소폭’, 흡수원은 ‘보정’부문별 표를 보면, 수송 부문이 2030년에도 기준연도 대비 –10.7%p(역행), 2034년에는 –16.5%p로 더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수요(차량 등록대수·주행거리) 증가와 모빌리티 구조의 관성, 대중교통 분담률 정체, 화물부문의 페이로드 증가 등 복합 요인이 작동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건물은 2030년 –21.6%, 2034년 –24.8%로 비교적 확실한 하향 경로가 설정되어 있고, 폐기물은 2030년 –1.9%, 2034년 –5.2%로 감축 폭이 작다. 농축산은 2030년 –12.9%, 2034년 –6.3%로 감축 기여가 낮게 설계되어 있으며, 흡수원은 2030년 –590,617t, 2034년 –598,831t으로 상쇄(오프셋) 역할을 맡는다.
문제의 핵심은 수송이다. 전기차(ZEV) 보급, 노후경유 조기폐차, 버스·택시 전기화, 차고지·주차·속도 등 수요관리(TDM), PM(개인형 이동수단)과 대중교통 연계, 자전거 인프라 등 핵심 교통정책이 있다/없다의 체크를 넘어 “어느 해에 몇 대/몇 노선/얼마의 주행거리 전환으로 몇 t을 줄일지”가 연차별로 읽혀야 한다.
정책세트가 톤수 성과 단위로 제시되지 않으면, ‘좋은 말’의 나열로 끝나고 현장에서 전환을 이끌어내기 어렵다.더욱이 연차 감축량 표는 2025년 총감축 9,505t에서 2030년 39,767t, 2034년 58,581t으로 증가하는데, 이 증가분의 대부분을 수송(2030년 16,204t, 2034년 21,549t)에서 확보한다고 가정한다. “목표치에서는 수송이 늘어난다”고 전제하면서, “실행표에서는 수송이 가장 많이 줄인다”고 적은 꼴이다. 이 구조적 긴장은 실행수단의 강도(전용차로·혼잡/주차요금·속도 하향·차고지 의무·ZEV 의무할당·C-ITS·교통수요관리)에 실제 법·조례·예산이 따라붙을 때만 해소된다. 그렇지 않으면 ‘종이상 감축’으로 귀결될 위험이 높다.연도별 목표배출량, 완만한 곡선과 중간점검 설계연도별 목표배출량(총·순)은 2025~2034년까지 해마다 조금씩 줄어드는 완만한 곡선을 그린다. 문제는 바로 그 완만함이다. 도시 성장·개발로 인한 에너지·교통 수요 증가, 이상기후의 냉난방 피크, 산업구조 변화 등 외생 변수는 언제든지 초과배출을 만들어낸다. 곡선의 경사가 완만하면, 작은 충격에도 곡선은 위로 들린다.
따라서 경주에는 ‘중간점검에서 초과분을 회수하는 보충·대체 과제 목록’이 선제적으로 필요하다. 예를 들어, 건물 부문: 공공·민간 노후건물 심층 그린리트로핏(단열·창호·기계설비) 패키지의 즉시 투입용 물량을 확보하고, ESCO와 그린파이낸스를 연동해 톤수당 원가를 낮춰야 한다.수송 부문: 노후 경유차 조기폐차, 전기버스 전환 노선 확대, 택시·화물 ZEV 전환 바우처를 ‘상시 호출’ 가능한 대체수단으로 등록한다. 주차요금·속도 하향 같은 규제수단도 분기별 단계적 옵션으로 준비해야 한다.
폐기물 부문: 음식물쓰레기 감량 의무율, 사업장 배출 원단위 강화, 바이오가스화 증설 등의 즉시 증액 가능한 보충패키지를 마련한다.핵심은 톤수-예산-정책도구의 즉시 매칭이다. 초과배출이 발생한 분기에 어느 과제를 얼마 집행하면 몇 t을 회수 가능한지 ‘감축 톤수 카탈로그’가 미리 만들어져 있어야 한다.조직은 있지만 ‘공개성’과 ‘참여성’의 설계가 약해문서상으로 경주에는 환경정책과 총괄, 부문별 소관부서(건물·수송·농축산·폐기물·흡수원)가 배치되어 있고, ‘경주시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심의·의결 기능을 맡는다. 또한 매년 이행점검 결과보고서를 환경부에 제출하는 프로세스도 명기되어 있다. 형식은 갖춰졌다.그러나 대표성·공개성·시간성이라는 세 가지 축에서는 보완 여지가 크다.
첫째, 대표성. 위원회 구성에 시민·노동·청년·농민·소상공인·교통약자·장애인·여성 등 직접적인 전환 영향 당사자와 학계·산업·금융·기술 전문성이 균형 있게 포함되는가. 둘째, 공개성. 회의자료 사전공개, 회의록 전면공개, 부문별 KPI의 분기별 공개가 정례화되는가. 셋째, 시간성. 분기 점검—수정—보정의 환류 주기가 명확한가. 여기에 시민대시보드를 도입해 감축 실적, 예산 집행, 사회적 편익(연료비 절감·보건 편익) 등을 실시간 시각화하면, 행정의 신뢰도가 커지고 민간의 참여가 촉진된다.
위원회는 정책 합의의 장이자 사회적 갈등관리의 플랫폼이다. 도시 교통·주차·속도·차고지 같은 정책은 항상 이해 상충을 낳는다. 공개적·다층적 참여와 근거 기반 의사결정이 없으면, 선의의 목표도 현장에서 좌초한다. 경주는 위원회 산하에 ‘수송·건물·흡수원·취약계층’ 4개 실무분과를 두고, 분과별로 전문가+당사자를 묶어 정책 프로토타입—시범—확대의 사이클을 굴리는 편이 효율적이다.계획의 ‘형식’은 갖췄으나 ‘속도’와 ‘경로’가 흐릿하다
경주시는 2018년 배출량 2,406,012tCO₂eq를 기준으로 2030년 1,625,048tCO₂eq, 2034년 1,582,951tCO₂eq로 낮추겠다고 제시했다. 총괄표에는 “관리권한 외 추가 감축노력 464,848톤(19.3%)”이라는 별도 항목도 둔다. 숫자만 보면 ‘하향’이지만, 감축의 상당 비중을 시 자율영역 밖(전환부문)에 의존하도록 설계했다는 사실이 동시에 드러난다. 이는 지자체 자체수단(건물·수송·농축산·폐기물·흡수원) 중심의 직접 감축보다 외생 변수에 취약한 구조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연도별 속도”다. 연차별 목표배출량은 2025~2034년까지 계단식으로 조금씩 감소하지만, 그 낙폭이 매우 완만해 중간점검에서 성과가 미흡할 경우 보정폭(백업 플랜)을 어디서 어떻게 끌어올지 알기 어렵다. 순배출량(흡수원 포함)은 2025년 1,692,929t → 2030년 1,625,048t → 2034년 1,582,951t로 내려가지만, 매년의 실집행 과제·예산·규제·인센티브 연동표가 충분히 공개돼 있지 않다. 수송은 ‘증가’, 건물·폐기물은 ‘소폭’, 흡수원은 ‘보정’부문별 표를 보면, 2030년 목표에서도 수송 부문이 기준연도 대비 –10.7%p로 ‘역행’(즉 배출 증가)한다. 2034년에도 –16.5%p로 악화된다. 반면 건물은 21.6% 감축(2030), 24.8% 감축(2034)로 비교적 명확한 하향이다. 폐기물은 1.9%(2030), 5.2%(2034)의 소폭 감축이며, 농축산은 –12.9%(2030), –6.3%(2034)로 감축 기여가 낮다. 흡수원은 –590,617t(2030), –598,831t(2034)로 ‘상쇄’ 역할을 맡는다. 핵심 교통정책(전기차 전환, 모빌리티 수요관리, 대중교통·자전거 인프라)은 있는지, 있다면 어느 해에 몇 t을 줄일지가 시민에게 읽히도록 더 투명하게 제시돼야 한다.
연차 감축량 표는 더 분명하다. 2025년 총감축 9,505t에서 2030년 39,767t, 2034년 58,581t로 늘리겠다는 계획인데, 증가분의 대부분을 수송(2030년 16,204t, 2034년 21,549t)에서 확보한다고 가정한다. 현 시점에서 수송이 ‘증가’ 추세인 목표치와, 감축량 표에서 ‘수송이 큰 몫을 벌어온다’는 가정 사이에는 구조적 긴장이 있다. 실행수단(차고지 규제, 도심 주차정책, PM·버스전환, 노후경유 조기폐차·TDM 등)의 강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종이상 감축’으로 귀결될 위험이 높다. 연도별 목표배출, “완만한 곡선”과 중간점검 설계연도별 목표배출량(총·순)은 2025~2034년까지 매년 소폭 하락한다. 문제는 ‘소폭’이다. 도시의 성장·개발로 인한 수요 증가, 이상기후로 인한 에너지 피크상승, 산업구조 변화 등의 변동성을 감안하면, 완만한 곡선은 작은 충격에도 ‘초과배출’을 낳을 수 있다. 중간점검에서 초과분을 회수하는 ‘추가·대체 과제 목록’과 ‘민간참여형 인센티브’ 풀이 별도 공개돼야 한다. 이행·점검 체계: 조직은 있지만‘공개성’과 ‘참여성’의 설계가 약하다계획에는 환경정책과 총괄, 부문별 소관부서(건물·수송·농축산·폐기물·흡수원) 배치, 그리고 ‘경주시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의 심의·의결 역할이 적시돼 있다. 매년 이행점검 결과보고서를 환경부에 제출하는 프로세스도 기재돼 있다. 그러나 위원 구성의 대표성(시민·노동·청년·농민·소상공인·전문가 등), 회의록·자료의 공개 범위, 분기별 성과공개/피드백 일정 등 ‘참여와 투명성’의 핵심 장치가 시민에게 한눈에 보이도록 설계·공개됐는지는 다소 엷다.
수송 부문 정합성 복원: 목표치(증가)와 감축량표(수송 기여 확대)의 불일치를 해소해야 한다. 연도별 ZEB·ZEV 보급, 모빌리티 수요관리, 도심속도·주차정책, 버스전기화 등 정량 KPI를 공개하라. 흡수원 의존 최소화: 산림·녹지의 상쇄는 필요하지만, 본원적 감축(에너지수요·수송)의 비중이 더 커져야 리스크가 줄어든다. 중간년도 ‘세부과제-예산-톤수’ 매트릭스 공개: 매년 어느 과제에 얼마를 투입해 몇 t을 줄일지 ‘톤수 예산표’를 시민에게 열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