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외동읍 삼부르네상스 더테라스 아파트가 우여곡절 끝에 준공됐다. 지난달 29일 사용검사를 완료하고 본격적인 입주 절차에 들어가면서, 1년 넘게 이어진 입주 지연 사태는 비로소 막을 내리게 됐다.     당초 2024년 3월 준공을 목표로 했으나, 시공사의 경영난으로 공사가 중단되며 입주 예정자와 하도급 업체, 시행사 간 갈등이 고조됐다. 법정관리, 계약 해지, 대출 문제, 지체상금 논란까지 얽히며 자칫 장기 표류할 뻔한 사업이 경주시의 적극적인 개입과 중재 덕분에 다시 궤도에 오른 것이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한 민간 아파트 건설 지연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수백 세대의 입주민과 수많은 하도급 업체가 직·간접 피해를 본 사건이다. 입주 예정자 상당수는 울산 시민으로, 경주로 이주하기 위해 월세와 대출 이자를 동시에 부담하는 이중고를 겪었다. 지체상금 산정 문제를 두고도 갈등은 깊었다. 시행사는 세대당 240만~320만원 수준을 제시했지만, 입주 예정자들은 계약서 연체료율을 적용하면 세대당 3천만 원 이상이 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단순한 금전적 차이를 넘어, 공급계약의 신뢰성과 계약 이행 책임이라는 근본 문제를 드러낸다.   하도급 업체들의 피해도 심각하다. “수천만 원의 공사비를 받지 못했다”는 호소가 나왔지만, 시공사와 시행사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건설업 구조의 고질적인 문제, 즉 원청·시행사의 리스크가 하도급 업체와 입주민에게 전가되는 구조가 이번 사태에서도 그대로 재현된 셈이다.이런 복잡한 갈등을 풀어낸 것은 경주시의 적극적인 중재였다. 경주시는 대체 시공사 선정과 행정 지원, 이해 당사자 간 협의 주선 등으로 사업 정상화의 돌파구를 열었다. 결국 사용검사까지 이어져 입주라는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입주예정자협의회가 주낙영 시장과 시 관계자들에게 감사를 표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러나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경주시의 행정적 개입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이다. 하지만 같은 상황이 또 발생했을 때 언제까지 지자체의 임기응변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제도적 보완과 예방책이 필요하다. 우선, 대규모 민간 분양 사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공사·시행사의 경영 리스크를 조기에 파악하고, 지자체 차원에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또한 계약 불이행이나 지체상금 산정 방식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행정이 보완해 분쟁의 소지를 최소화해야 한다.   특히 입주민 보호 장치가 시급하다. 아파트 분양 계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약속된 시기에 집을 인도받을 권리”다. 이번 사태에서 보듯, 입주 지연은 곧바로 이중 생활비 부담으로 이어지고, 주거 불안정을 야기한다. 지자체와 정부가 협력해 입주 지연 피해를 완화할 수 있는 금융 지원 제도, 공정률 연동 보증 장치 등을 마련해야 한다.   하도급 업체 보호도 빼놓을 수 없다. 공사대금 체불은 영세 건설업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다. 원청·시행사의 책임 회피를 제어할 제도적 장치, 예컨대 공사대금 지급보증 강화, 지자체 차원의 지급 여부 점검 체계가 필요하다.   외동 삼부르네상스 준공은 경주시 행정이 갈등 해결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다. 그러나 동시에 민간 분양 사업의 불안정성이 시민의 삶을 얼마나 크게 흔들 수 있는지도 드러냈다. 이번 준공을 단순히 “무사히 끝났다”는 안도감으로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입주민과 하도급 업체가 겪은 고통을 기억하고,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 그것이 이번 사태가 남긴 가장 중요한 교훈이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