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1만4천 명을 넘어선 자살자 수를 5년 내 1만 명 이하로 줄이고, 10년 안에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을 40% 가까이 낮추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자살은 사회적 재난’이라는 기조 아래 마련된 이번 2025 국가자살예방전략은 OECD 회원국 가운데 부끄럽게도 1위를 기록한 우리나라 자살률을 끌어내리기 위한 범정부 종합대책이다. 그러나 경북 경주시는 이러한 국가 전략과 달리 최근 3년간 자살률이 오히려 꾸준히 증가하면서 도내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정부, 10년 내 자살률 40% 감축 목표정부가 확정한 국가전략의 목표는 분명하다. 지난해 기준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 28.3명을 2029년까지 19.4명으로, 2034년에는 17.0명까지 낮춰 OECD 최상위권 오명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다. 자살자 수로 따지면 연간 1만4천438명(잠정치)에서 1만 명 이하로 줄이는 수준이다. 이는 현재 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 다음으로 자살률이 높은 리투아니아(17.1명)의 수치를 감안한 것이다.이번 전략에는 고위험군 관리 강화가 핵심적으로 담겼다. 지금까지는 자살 시도자가 본인 동의나 경찰·소방을 거쳐야 지자체와 연계됐지만, 앞으로는 응급실에서 자살 시도가 확인되면 즉시 지자체 자살예방센터로 정보가 전달돼 현장 개입이 이뤄진다. 응급실 기반 ‘생명사랑 위기대응센터’도 현재 92곳에서 내년 98곳으로 확대되며, 자살 유족에 대한 원스톱 지원도 전국으로 확대된다.또한 금융·고용·교육·여성가족·복지 등 14개 부처가 협력해 채무 조정, 생활안정 지원, 학교폭력 예방, 직장 내 괴롭힘 감독, 범죄피해자 보호, 경찰·소방관·군 장병 심리지원까지 망라한 대책을 추진한다. 지방자치단체마다 전담 ‘자살예방관’을 두고, 범정부 차원의 ‘자살대책추진본부’까지 설치해 실행력을 담보한다는 계획이다.     경주시 자살률, 전국 흐름과 역행이처럼 정부가 총력 대응에 나섰지만 경주시는 최근 3년간 자살률이 줄곧 상승했다. 경상북도 정신건강통계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2021년 26.3명 △2022년 32명 △2023년 35.5명으로 매년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자살자 수 역시 66명(2021년)에서 80명(2022년), 88명(2023년)으로 늘어났다.특히 2022년은 전년 대비 자살자가 14명 늘어나며 증가 폭이 두드러졌다. 이는 전국 평균 자살률이 소폭 감소세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경주시가 경북도 내 자살률 1위를 기록한 배경에는 구조적인 요인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성별 통계에서도 뚜렷한 차이가 드러난다. 2023년 경주시 자살자 88명 가운데 남성이 72명(81.8%)을 차지했고, 여성은 16명(18.2%)에 불과했다. 이는 전통적 가족 부양 책임을 지는 남성들의 사회·경제적 부담, 은퇴 후 고립감, 가부장적 문화로 인한 정신건강 취약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살예방은 정부나 지자체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 ··· 가족과 이웃, 지역사회 관심이 결합돼야연령별 분포…60대 이상 집중연령별로는 60대가 23명으로 가장 많았고, 50대가 19명, 40대가 14명으로 뒤를 이었다. 이어 20대 9명, 30대 7명, 70대 8명, 80대 이상 8명 순이다. 특히 60세 이상 고령층은 전체 자살자의 31명으로 35%를 차지했다.이는 경주시의 고령화율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경주는 관광도시 이미지가 강하지만 농촌 지역 비중이 크고, 고령 인구 비율이 전국 평균보다 높은 도시다. 은퇴 후 경제적 어려움, 배우자 상실로 인한 상실감, 사회적 고립 등이 노인 자살률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노인 빈곤율 역시 40% 안팎으로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어, 생계 문제와 자살이 직결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전문가들은 “노인 자살은 단순한 정신건강 문제를 넘어 복지 체계 전반의 문제와 직결돼 있다”며 “고독사 예방, 생활 돌봄, 경제적 지원 확대 등 다층적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역 맞춤형 자살예방책 시급경주시 자살률 증가는 단순한 수치 상승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대한 경고 신호다. 전문가들은 “자살은 결국 지역사회의 안전망이 얼마나 작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라며 “경주의 경우 노인, 농촌, 남성 중심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한다.우선 은퇴 전후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생애설계 교육과 취업·재취업 지원, 고독한 노인들을 위한 마을 공동체 기반 돌봄 체계 강화가 요구된다. 또 농촌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 생활 지원과 정서적 교류 확대, 경제적 위기 가구에 대한 선제적 개입도 필수적이다.경주시정신건강복지센터는 현재 생명사랑지킴이 양성, 고위험군 모니터링, 위기 상담 등을 운영 중이지만, 통계로 확인된 상승 곡선을 꺾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전담 인력 확충 △현장 대응 체계 강화 △정신건강 캠페인 확대 △유족·시도자 지원 체계 마련 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시민 사회와 공동 대응 필요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자살 예방은 정부나 지자체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가족과 이웃, 지역사회의 관심이 결합돼야 비로소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실제로 자살 예방 분야에서는 “한 사람의 관심이 한 생명을 살린다”는 말이 널리 쓰인다.주변인의 작은 대화와 관심이 위기 상황에서 치명적 선택을 막을 수 있고, 지자체와 기관의 제도적 지원이 이어져야 안정적 생활 복원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다. 경주시의 자살률은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지역이 직면한 구조적 문제를 반영하는 신호탄이다. 정부가 ‘자살은 사회적 재난’이라는 인식 아래 국가전략을 가동한 지금, 경주시는 도내 최고 자살률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지역 맞춤형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고령화 도시, 농촌 지역, 남성 중심의 사회 구조라는 현실적 특성을 고려한 촘촘한 예방망이 없다면 자살률 감소는 요원하다는 경고가 지역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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