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가 2025 APEC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것을 기념해 시청 소속 직원들에게 2일간의 특별휴가를 지급했으나, 정규직과 공무직에게만 혜택을 제공하고 기간제 근로자들은 제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다.
이번 결정은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 법령과 정부 가이드라인, 그리고 다수의 대법원 판례와도 반한다는 비판을 받게 됐다.시는 APEC 준비·운영 과정에서 관계 공무원들이 행사장 운영지원, 손님 안내, 차량 통제, 물품 관리 등 실무 전반에서 헌신한 결과인 점을 들어 특별휴가를 지급한 것이고, 내부 규정에 따라 정규직·공무직에게만 특별휴가를 부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민사회와 노동계에서는 “공공기관이 스스로 정한 차별금지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경주시 기간제 근로자 관리규정 제5조에도 “근로조건·복리후생에 있어 고용형태를 이유로 차별적 처우를 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또한 임금, 성과급, 복지포인트, 휴가 등 근로조건 전반에서 고용형태를 이유로 한 차별을 엄격히 금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주시는 특별휴가를 ‘정규직과 공무직의 기여에 대한 보상’으로만 규정하며 기간제 근로자를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법조계에서도 이번 조치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에 해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한다. 공공기관의 임금 및 복리후생 차별 관련 판례에서도 고용형태를 이유로 동종 업무를 수행하는 기간제 노동자를 배제하는 것은 반복적으로 위법 판단이 내려져 왔다.
대법원 판례에도 “정규직과 기간제 사이에 업무의 본질적 차이가 없다면 성과급·복지포인트를 기간제에게만 지급하지 않는 것은 차별”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또 다른 판례 역시 기간제 근로자를 경영평가성과급 지급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러한 판례는 “고용형태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복리후생·성과보상에서 제외할 수 없다”는 기준을 구체적으로 확립해 왔다. 또한 고용노동부 역시 2023년 개정한 ‘기간제·단시간·파견 근로자 차별 예방 가이드라인’에서 “기간제 근로자에게만 성과급·복지포인트·휴가 등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개선해야 할 차별행위”라고 명확히 제시했다. 가이드라인은 “업무 기여도와 무관하게 고용형태를 기준으로 차이를 두는 조치는 불합리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경주시가 특별휴가 지급에서 기간제 근로자를 배제한 것은 내부 규정뿐 아니라 정부 기준과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도 정면으로 어긋난다. 특히 APEC 정상회의 기간 동안 기간제 근로자들은 총괄조직의 지시 아래 정규직 직원들과 동일하거나 때로는 더 장시간 현장에서 근무해 온 것으로 알려져 “기여도 부족”이라는 반론은 성립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경주시와는 달리 이미 여러 지방자치단체는 기간제 근로자에게도 복지포인트, 건강검진비, 보험료 등을 동일하게 지급해 왔으며, 예산 규모가 훨씬 큰 광역지자체들의 경우 6개월 이상 근무한 기간제에게 건강검진비와 보험료를 지원하는 사례도 있다. 최근 제주도에서는 공무원·공무직에게만 건강검진비와 단체보험료를 지급하고 기간제를 제외한 것이 심각한 차별 논란을 불러온 바 있다.
더구나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는 올해 6월 한 지자체가 공무직에게는 명절휴가비·급식비를 지급하고 기간제에게는 지급하지 않은 것에 대해 “차별적 처우”라고 판정했다. 중노위는 “업무 내용이 다소 다르더라도 본질적 차이가 없다면 동종·유사 업무”라고 명확히 밝히며, 실비변상적·복리후생적 금품은 고용형태와 무관하게 동일하게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법령, 가이드라인, 판례 모두에서 “기간제·정규직 간 불합리한 차별 금지”를 강조하고 있음에도 경주시의 이번 특별휴가 지급에서만큼은 이를 무시한 셈이다.
이같은 내용이 알려지면서 경주시민들은 “공공기관은 민간보다 더 높은 수준의 평등 의무를 진다”며 “경주시의 이번 결정은 행정기관으로서의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경주시의 APEC 특별휴가 차별 논란은 정규직 중심 문화가 공공기관 곳곳에 뿌리내려 오랜 기간 반복돼 온 ‘기간제 배제 관행’의 단면을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