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지역상권경제포럼 이사                                                                                     관광마케팅연구소 대표 민대식 APEC 이후 해외 관광객들이 몰려온다. 자동차를 몰고 와서 맛집 투어하고 사진 몇군데 찍고 당일 여행으로 끝나는 국내 관광객들과는 여행의 패턴이 완전 다르다. 경주의 관광산업은 이런 국내 관광객을 위해 발달해 있으니 지나치게 식음 분야(F&B : food and beverage) 업종만 발달해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주로 걷는 여행을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최소한 3일 정도는 지역에 머무르며 지역의 문화를 만끽한다. 경주가 보유한 문화유적 말고도 마을호텔 같은 커뮤니티 기반의 관광(CBT : Community-Based Tourism) 모델이 필요한 이유이다. 이제 이 모델을 기반으로, 포스트 APEC 경주 관광의 핵심 경험 전략인 ‘슬로우 투어리즘(Slow Tourism)’을 구체화해야 한다. APEC을 계기로 유입된 관광객들은 천 년의 역사를 가진 경주를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관광이 아닌, ‘느리게 음미하는’ 경험을 제공받기를 원한다. 이들에게 ‘느린 환대’를 제공하여 체류 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이 질적 성장으로 가는 길이다.   슬로우 투어리즘의 핵심은 관광의 형태를 ‘점(點)의 관광’에서 ‘선(線)의 관광’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점의 관광(Fast Tourism)은 관광객을 황리단길처럼 특정 구역으로 모이게 하고 대형 프랜차이즈나 대기업 숙박을 활성화하는 반면, 선의 관광(Slow Tourism, 걷는 관광)은 관광객이 해당 지역 내에서 지나는 모든 길 위의 풍광과 정서를 공유한다. 로컬 곳곳의 작은 점포와 민박, 소규모 식당, 지역공동체와 감정적 향유를 나누게 된다. 실질적인 경제 유발 효과와 지역민과의 접점 창출은 바로 이 걷는 관광에서 기인한다. 경주는 이미 도시재생의 모범사례인 행복황촌을 비롯해 금리단길, 양남 벽화마을, 감포 깍지길 등 지역만의 색과 정서를 가진 걷는 관광 명소들을 보유하고 있다. 경주는 도로가 전부인 관광지가 아니다. 이제 도로를 벗어나야 한다. 타이어가 달리는 길이 아닌, 사람이 발을 내딛는 길을 딛고, 경주의 정서와 사람들과 감정을 공유하는 걷는 관광이 이루어져야 한다. 경주의 시민에게 관광의 산물이 혜택으로 돌아가고, 경주를 방문한 관광객이 경주를 느끼며 힐링하고 가는, 그런 관광이 다가오는 미래의 관광일 것이다. 행복황촌에서 검증된 CBT 모델을 포스트 APEC 경주 전체로 확장하는 ‘경주형 마을호텔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이는 도시를 관통하는 통합적인 환대 시스템을 구축하는 핵심 전략이다. 첫째, 권역별 특성화된 ‘느슨한 연대(Network)’를 구축해야 한다. 경주를 황오동(근대유산), 황리단길(트렌디 로컬), 보문(MICE), 동부사적지대(역사유적) 등 권역별로 구분하고, 각 권역의 소규모 숙박시설(한옥, 게스트하우스, 로컬 호텔 등)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통합 관리해야 한다. 이 연대는 공동의 환대 기준, 공동 마케팅, 통합 예약 플랫폼을 통해 묶여야 한다. 둘째, 통합 플랫폼과 다국어 환대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APEC을 통해 유입되는 국제 관광객을 위해 통합 예약 플랫폼을 구축하고, 경주페이 등 지역 화폐와 연동하여 소비를 지역 내로 유도해야 한다.    특히, 네트워크 내 모든 시설에 다국어 안내 서비스와 국제 관광객 응대 매뉴얼을 보급하고, 지역 주민들이 외국인 관광객과 소통할 수 있는 ‘지역 환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지역 주민이 ‘경주의 얼굴’로서 외국인 관광객을 직접 환대해야 한다.    이른바 관광객과 지역주민의 접점을 확대하는 전략이다. 셋째, ‘살롱 문화’ 정착을 통해 교류 공간을 확대해야 한다. 대릉원, 동궁과 월지 등 주요 유적지 주변의 로컬 상업 공간을 여행자들이 쉬고 교류하는 ‘살롱(Salon) 문화’ 공간으로 변모시켜야 한다. 이러한 공간은 지역 주민들이 관광객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경주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비공식적인 ‘환대 허브’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2025년 APEC 정상회담은 경주가 역사 도시를 넘어 세계적인 환대 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이 기회를 지속 가능한 발전으로 연결하기 위해 경주는 투어리스티피케이션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경주형 마을호텔 네트워크’를 통한 CBT를 구축하며, ‘슬로우 투어리즘(걷는 관광)’을 정착시켜야 한다.    궁극적으로 경주는 APEC의 유산을 활용하여, 단지 유적지가 많은 도시가 아니라 ‘지역민이 행복하고, 따뜻한 환대와 커뮤니티 비즈니스가 성공적으로 작동하는 도시’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러한 ‘느린 여행의 도시 경주’로의 전환이야말로 APEC의 유산을 가장 가치 있게 계승하는 길이며, 경주를 ‘세계를 환대하는 도시’로 만드는 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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