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드디어 지방의원과 지자체의 불공정 수의계약 관행에 칼을 빼들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3일 편법 수의계약과 공금 횡령을 막고자 ‘1인 견적 수의계약 한도’를 신설하는 내용의 개편안을 발표했다. 인구 4만 8,000명에 불과한 의성군에서 촉발된 이른바 ‘수의계약 성지’ 사태가 전국적 공분을 산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이에 따라 앞으로 전국 기초자치단체는 동일 업체와 연간 5회 또는 2억 원을 초과해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 아울러 사업자등록번호 명시를 의무화해 편법을 막고, 지방의원의 사적 이해관계자 등록도 강제했다.중앙정부가 이처럼 전례 없이 강력한 제재를 내놓았지만, 현장의 시각은 여전히 차갑고 회의적이다. 본래 수의계약은 신속한 사업 추진과 소액 공사의 절차 간소화를 위해 마련된 합법적이고 효율적인 제도다. 성실하고 기술력 있는 지역 업체에 일감을 주어 지역 경제의 핏줄을 돌게 하는 순기능도 분명 존재한다. 문제는 제도의 허점을 사유화하는 기득권층의 ‘검은 손’이다. 지역 사회에서 수의계약은 선출직 의원들과 토착 세력의 전유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지 오래다.특히 선거 과정에서 도움을 준 인사들에게 ‘관급 공사 수주’로 보은하는 관행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일부 시의원들은 공무원에게 특정 업체를 노골적으로 추천하며, 이를 거부할 경우 예산 심의나 감사를 무기 삼아 보복성 압력을 가하기도 한다는 것이 공직사회에 만연한 이야기다. 실무를 담당하는 하위직 공무원 입장에서는 이러한 토착 세력의 기형적인 외풍을 혈혈단신으로 막아내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더욱 뼈아픈 대목은 법망을 비웃는 꼼수들이 이미 현장에 널려 있다는 점이다. 수의계약 횟수와 금액에 상한선을 둔다 한들, 사업자등록증을 여러 개로 쪼개어 돌아가며 계약하거나 자식, 며느리의 이름으로 대표자를 등록하는 편법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동종 업계의 친분 있는 업체를 내세워 하청을 받는 수법도 동원된다. 지역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가 "페이퍼컴퍼니를 세우는 방식의 편법 쪼개기 계약이 등장해 결국 꼬리 자르기에 불과할 것"이라고 지적한 것은 결코 기우가 아니다. 공무원들과 경쟁 업체들조차 뻔히 아는 이러한 편법 시나리오를 단순히 1차원적인 숫자 제한만으로 막아낼 수는 없다.결국 해답은 제도의 실효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행정 독립성` 확보에 있다. 시의원이나 기득권 세력의 부당한 개입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 실무 공무원들이 부당한 청탁과 압력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도록, 청탁 정황을 시스템상에 익명으로 안전하게 기록하는 블라인드 보고 체계가 강화되어야 한다. 나아가 수의계약 심사 과정에 외부 시민감사관의 비율을 대폭 늘려 내부의 눈감아주기식 온정주의를 타파하는 실질적 견제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경주 지역사회를 촘촘히 얽어매고 있는 ‘온정주의’와 ‘보은 정치’의 사슬을 이제는 스스로 끊어내야 할 때다. 정부의 서슬 퍼런 칼날이 번뜩인다 한들, 지자체 스스로 자정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이번 대책 역시 한낱 헛구호로 전락할 것이다. 수의계약 상한제가 꼼수를 부추기는 핑곗거리가 아닌, 공정한 경주로 나아가는 진정한 쇄신의 출발점이 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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