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가 23년 ‘스마트 관광 도시’ 조성을 내세우며 야심 차게 출시한 모바일 관광 플랫폼 ‘경주로ON(온)’이 천문학적인 시민 혈세를 낭비하고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 4년여간 투입된 예산만 무려 100억 원에 달하지만, 정작 3년간 가맹점 실결제 매출은 고작 21만 5,000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경주시는 지난 2022년 6월 경북도, 한국관광공사와 3자 협약을 맺고 정부 지원금 35억 원, 시비 24억 5,000만 원, 도비 10억 5,000만 원 등 총 70억 원의 초기 사업비를 들여 ‘경주로ON’을 개발했다.당시 시는 ▲통합스마트관광플랫폼 구축 ▲AI 기반 다국어 챗봇 및 오디오 가이드 ▲스마트 모빌리티(KTX·시티투어·렌터카 예약) ▲스마트 편의(오더·AR도슨트) ▲스마트 경험(미디어월·게이미피케이션) 등 6대 핵심 분야를 통해 숙박, 맛집, 교통 예약·결제를 원스톱으로 해결하고 지역 소상공인의 매출 증대에 기여하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겉포장만 화려했을 뿐, 실상은 처참한 수준이다. 70억 원의 개발비에 이어 2023년부터 ‘서비스 고도화’ 명목으로 20억 원이 추가 투입됐고, 매년 위탁 운영비로 5억 원씩 지출되며 총 100억 원에 달하는 혈세가 소진됐다.그럼에도 앱의 완성도는 민간 상용 앱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 잦은 로그인 오류와 버그 등 기본적인 구동조차 원활하지 않아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모바일 웹 전단지만도 못하다”는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KTX나 렌터카 예약 등을 원스톱으로 처리한다던 ‘스마트 모빌리티’ 역시 해당 외부 사이트로 단순 연결(링크)해 주는 수준에 그쳤고, 수십억 원을 들였다는 AR도슨트나 게이미피케이션 기능은 현재 앱 내에서 흔적조차 찾기 힘든 실정이다.더욱 심각한 것은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본래 취지의 완전한 실종이다. 등록된 700여 개 가맹점에서 지난 3년간 발생한 누적 결제액은 21만 5,000원에 불과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지역 상인은 “사업 초기 가입을 권유하며 찾아온 뒤로는 단 한 번도 연락이나 관리가 없었다”며 “이런 앱이 있는 줄도 잊고 살았는데, 여기에 수십억 원이 들어갔다는 사실이 기가 막힌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때 위탁 업체의 무리한 계약 연장 조항으로 소상공인들의 원성을 샀던 상처에 이어, 실질적인 방치로 이중고를 안긴 셈이다.사정이 이런데도 경주시는 실효성 개선보다는 실적 부풀리기에만 급급했다. ‘가입자 10만 명 돌파 이벤트’, ‘스탬프 투어’ 등 다운로드 건수를 늘리기 위한 경품 행사에 매달리며 겉보기식 지표 관리에 행정력을 낭비했다.이 같은 부실 운영의 배경에는 전문성이 결여된 위탁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는 사업 초기부터 플랫폼 전담 인력 구성에 대한 체계적인 검토 없이, 방송·미디어 연구개발 기관인 ‘경주스마트미디어센터’에 매년 5억 원의 혈세를 주며 운영 관리를 맡겼다. 기관의 설립 취지와 맞지 않는 곳에 관리를 떠넘기다 보니 전문적인 유지보수나 소상공인 네트워크 관리가 제대로 이뤄질 리 만무했다.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경주시의 한 공무원은 “시중에 이미 완성도 높은 민간 예약·지도 플랫폼이 즐비한데, 굳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관 주도 앱을 만들어야 했는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기획 단계부터 시장 상황을 무시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오는 10월 열리는 경주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는 이번 ‘경주로ON’ 사업의 총체적 난맥상을 낱낱이 파헤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구체적으로 어디에, 어떻게 집행되었는지 집행 내역을 현미경 검증하고, 부실 기획과 방만 운영을 방치한 관련 부서와 위탁 기관의 책임 소재를 명백히 가려내야 한다.매년 수천만명이 오고 있다는 경주시의 자화자산 격의 보도자료에 비해 이를 보완하고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야심차게 지역 소상공인을 위한다며 시작된 사업이 오히려 이들에게 허탈감을 안기고 시민의 혈세만 허공으로 날려 보냈다. 시의회는 이번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성역 없는 감사를 진행하고, 실효성 없는 관제 앱의 전면 재검토를 포함한 특단의 대책을 강력히 촉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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