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1일 양북면 장항리 한수원 본사에서, 한수원 본사이전 환영행사가 있었다. 이자리에는 최양식 시장을 비롯한 경주시 공무원 50여명과, 지역주민 150여명이 함께 하였다. 지난 2005년 중․저준위 방폐장을 유치하는 인센티브로 한수원 본사이전과 특별지원금 3000억, 국책사업 3조 4000억 원의 지원을 정부로부터 약속받았다. 경주시민들의 한수원에 대한 인식은 그렇게 좋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부품비리 사건이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이 사실이나, 월성 1호기 재가동문제, 삼중수소, 사용후핵연료 문제 등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그 배경이 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2010년까지 이전했어야 할 한수원 본사이전은 6년이 지연되었고, 약속 했던 국비지원도 약1조7천억 원이 집행되었을 뿐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지역 주민들은 한수원에 대한 신뢰 역시 그렇게 높지 않은고, 상당한 불만도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역내 갈등 확산
그렇다면 과연 경주시와, 시민들이 지난 10년 동안 한수원을 가족으로 맞이할 준비를 어떻게 해왔는지 돌아보자. 방폐장 유치이후, 감포, 양남, 양북 3개 읍면 주민들과 경주시내 지역 주민들, 그리고 지역의 오피니언 리더들은 본사이전 위치를 두고 수많은 갈등을 빚어왔다. 부지선정이 지연됨에 따라 본사이전도 자연스럽게 지체되었다.
계획성 없이 선심성 사업으로 지원금 낭비
경주시는 지난2010년 5월에 한수원 본사 이전에 따른 유관기관, 연관 기업체, 연구시설 등을 충효동 유치하고 조성하는 ‘한수원 타운 조성계획’을 백지화 하였다. 또한 경주시는 시민들의 안전을 담보로 받은 3000억 원은 시드머니로 사용해야만 하는 소중한 재원임에도 불구하고 특별지원금을 SOC사업에 대부분 사용하였고, 나머지는 지역별로 1/n로 나눠 써버렸다. 한수원 타운 조성계획을 백지화 했다면, 경주시는 한수원 본사이전에 따른 직원 사택확보, 연관업체 이전을 위한 오피스 공간 및 주거 공간 마련 등의 적극적인 노력을 했어야만 했다. 그러나 그동안 경주시가 보여준 태도는 결코 적극적이라고는 볼 수 없다. 한수원 직원사택 문제만 보더라도 경주시는 상당히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현안사업 위주의 근시안적 사업에 국비지원사업 예산 낭비 (장기 종합 발전계획 無)
국비지원사업도 마찬가지다. 최초 경주시가 2006년에 제출한 국책사업 제안서 내용을 살펴보면 118개 사업 총 8조 8466억 이었으나, 협의과정에서 55개 사업 약 3조4천억 원으로 축소되었다. 경주시가 제안한 사업들은 주로 경주시의 현안사업 위주로 구성되었다. 이들 중 몇몇 사업은 지지부진하고 (경주 읍성복원, 역사도시문화관) 몇몇 사업은 잡음이 많으며(노인 종합복지회관, 월정교 복원사업, 황룡사지 복원) 일부사업은 표류하고 있다.(첨단 신라문화 체험단지) 나머지 사업들의 내용도 상당수가 하수도설치, 하수슬러지 처리시설 설치, 시립화장장 현대화사업, 하수종말처리시설 설치, 상수도 설치, 쓰레기 소각장 설치, 고속국도 주변 배수개선사업, 벼 건조․저장시설 지원사업, 우회도로 건설, 국도31호선 포장, 국도건설 등 일반회계로 집행 가능한 사업에 중구난방이다. 물론 국도와 같은 기반시설들은 장기적으로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경주시의 종합 장기발전계획이라는 큰 틀에서의 방향성을 가진 상위 계획 없이, 현안 사업 위주로 사업을 신청하였기에 예산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였다고는 볼 수 없다. 경주시와 시의회는 정부가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내용을 살펴보면, 경주시의 부실한 사업계획으로 인한 부분도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정부의 책임만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만약 3조 4천억 원을 한수원 타운 조성, 현재 협의 중인 사이언스 빌리지 조성, 기업유치와 그에 따른 기반시설 조성, 경주시 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하여 체계적으로 사용했다면, 특별지원금 3000억을 그렇게 허무하게 써버리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한수원 연관업체들도, 기업유치도 순조롭게 이루어 졌을 것이다.
무책임한 경주시의 태도
한수원 연관업체의 한 관계자는 “업체를 이전하려고 해도 부지도 없고, 주거 공간도 마땅치 않다. 경주시는 한수원이 이전하는 동안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 경주시는 한수원 본사이전과 그 이후를 위한 준비를 과연 철저히 하였는가? 라는 질문에 물음표를 던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투기열풍, 부동산 시장 과열과 심각한 가격 거품 형성, 집단 이기주의로 지역은 침체
시민들과 민간부문은 어떠한가? 건설업체들과 분양업체들은 한수원 본사이전을 구실삼아 분양가 부풀리기에 앞장섰고, 지역 주민들 상당수가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하여, 아파트 분양가와 매매가를 한없이 부풀렸다. 지방의 작은 소도시의 아파트 가격이 대구 북구, 부산 사하구, 사상구, 대전의 대덕구와 북구, 도청소재지인 청주시나 전주시보다 높다는 것은 이와 같은 사실을 증명한다. 아파트 공급량 확대와 한수원 본사이전에 따른 기대심리가 맞물려 부동산 시장에는 투기열풍이 불었다. 지역 이기심과 학연 때문에, 경주에는 편의시설, 오락시설도 들어오지 못하고, 자사고 역시 무산되었다. 자사고는 한수원이 무산시킨 것이 아니다. 이 지역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그리고 이 지역을 지배하는 학연이 자사고를 무산 시켰던 것이다. 만약 우리가 이전 대상인 한수원의 직원이라는 가정을 해본다면, 과연 어떠할지 생각해보자. 본사의 위치는 지방의 한 소도시 그리고 그 중에서도 시내지역과 멀리 떨어진 산 속이다. 가족들이 함께 이전하려고 해도, 자사고가 있었더라면 모르겠지만, 지역의 교육환경도 열악하다. 편의시설도 문화생활을 즐길만한 시설도 변변찮다. 시내지역으로 이주하려고 해도 교통의 불편함도 불편함이지만, 아파트 가격은 터무니없이 비싸다. 지역 주민들은 불신의 시선으로 가득하다. 필자라면 절대 가족과 함께 이전하지 않을 것이다. 교육환경이나 기반시설이 상대적으로 잘 갖춰진 울산이나 포항으로 이전할 것이다. 누가 이것을 뭐라 할 수 있겠는가?
일자리 無, 편의 시설 無, 집값 高, 교육여건 열악, 밖으로 내몰리는 청년층
지난 10여 년 동안 경주시의 인구는 약 2만여 명이 감소하였다. 경주는 동경주와 서경주라는 몹쓸 용어가 생겨 양분되었다. 시청이전과 쪽샘지구 철거이후 시내상권은 급격히 쇠락하였고, 대학들의 학생수 감소, 인구유출과 함께 다른 상권도 모두 위축되었다. 지역 상인들은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으며, 이들 중 일부는 대형마트, 아울렛, 유명영화관 등의 입점에 반대하고 있다. 20대에서 40대의 인구는 지난 10여 년간 2만7천여 명이 감소했다. 일자리는 부족하고 집값은 계속해서 상승하여 주거비 부담은 상승한다. 20~40대의 구매력은 자연스럽게 감소할 수밖에 없고, 그 마저도 소비할 시설도 변변찮다. 이것은 지역 상권의 침체로 이어져 악순환이 반복된다. 지역의 청년들은 이 땅에 뿌리를 내리기 쉽지 않다. 그들은 포항, 대구, 울산 등 인근 지역으로 빠져나가고, 그들의 빈자리들은 외국인들이 채우고 있다. 이 땅에서 자라난 젊은 세대들마저 뿌리를 박고 살기 어려운 곳이 바로 경주다. 그런데 우리는 과연 한수원 직원들이 경주에 가족들과 함께 내려와 뿌리를 내리고 살라는 말을 할 수 있는가?이는 한수원을 두둔하기 위한 내용이 아니다. 시민들 스스로가 지난 10년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과거는 미래를 내다보는 거울이라 하였다. 지난날의 과오를 반복한다면 지난 10년간 우리가 경험해온 그 이상의 어두운 면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경주시는 종합적 분석을 통해 경주시의 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그 계획을 바탕으로 국비지원사업을 신청해야 했으나, 현안사업위주로 선심성 사업을 중심으로 국비지원사업을 신청하여 결국은 국비를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했으며, 특별지원금 3000억 마저 하무하게 탕진해버렸다. 그 사이 경주시민들은 동경주, 서경주 패를 나누어 분열되었고, 한수원 본사이전이라는 상황을 이용해 기대심리를 조장하는 투기열풍에 편승하였다. 일부 상인들의 이기심과, 주민들의 투기심은 청년들을 경주 밖으로 밀어냈다. 청년들의 이탈은 경주시 전체의 구매력 하락으로 상권침체 가속화를 불러왔고, 노동력 부족으로 이어지면서, 외국인 유입으로 연결되었다. 많은 외국인들의 유입은 사회통합 저해, 치안불안 등의 새로운 사회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 스스로가 청년들이 살기 힘든 경주를 만들고 있다.
상생을 위한 노력은 지자체, 한수원, 경주시민 모두에게 필요
과연 이러한 곳에서 한수원 직원들은 뿌리를 내릴 수 있는가? 우리는 아직 그들을 가족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다. 한수원과 한수원 직원들만 노력해야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지역 사회 역시 그들과 함께 상생하기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