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고특집 기획 : 2000만 관광시대 발전원동력은 무엇인가? 문화관광 콘텐츠 전쟁 시대, 경주를 보다.경북MICE관광진흥원 이사경주중앙시장 청년상인창업지원 사업단장깃 스토리 대 표 김 인 석
여기 세 가지의 상황이 있다.첫 번째.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경주를 향한 다. 열차의 안에는 많은 승객들이 자리 를 채우고 있으며, 저마다 철도위에서 의 여정동안 소모할 ‘꺼리(거리)’를 소비한다. 허기진 배를 채우거나 부족 한 잠을 청하기도 하고 동행자와 이야 기꽃을 피우기도 한다. 헌데 특이한 것은, 예전과 달리 책이나 신문을 펼친 이를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다. 대신 대부분 승객의 손에 들린 것은 단연 스마트폰. 그들은 게임을 하거나 메신 저 등의 SNS활동, 인터넷 서핑 등 저마 다의 목적에 충실하게 스마트폰을 활 용하고 있다. 손안에 지류 콘텐츠 대신 확장성이 크고 소비속도가 명쾌한 새 로운 IT문화를 향유하고 있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이들의 상당수가 스마트 폰 혹은 태블릿PC 등을 활용해 영화 혹은 방송 프로그램 등의 문화콘텐 츠를 소비하고 있음이다. 시청률의 의미가 무의미해진 시대, 이들은 미디 어콘텐 츠를 IT기기와 접목시켜 새 로운 형태로 향유하고 있다. 미디어콘 텐츠의 명징 한 변화다. 시나브로 삶의 깊숙이 침투한 문화 컨텍스트(context).두 번째.모처럼 맞은 연휴를 즐기기 위해 여행 지를 고르는 연인이 있다. 이들은 스마 트폰과 컴퓨터를 활용해 소위 폭풍 검색을 시전(始展)한다. 헌데 눈에 띄는 건, 이들이 여행을 위해 살펴보는 주된 테마는 여행의 지역, 혹은 여행의 주제 가 아닌, 여행에서 소비할 콘텐츠 다. 이들은 그 콘텐츠의 정보를 파악 하고 자 관련 방송, 관련 스토리, 관련 후기를 찾는다. 어느덧 관광은 어느 곳 을 가 고자 함이 아닌, 어떤 것을 소비 할 것인 가가 주요 화두가 된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그들은 1박 2일간 전국을 누비는 어느 방송프로 그램에 소개되어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 등 소비할 거리가 풍부하다고 판단된 모 지역을 가기로 결정하고 이 지역과 관련된 또 다른 소비콘텐츠를 세분화 시켜 검색하 기 시작한다. 그 지역에서 촬영된 모 드라마의 촬영지 를 찾기로 마음을 먹은 이들은, 먹방 (먹거리 방송)의 대세라 일컬어지는 백 모 요리연구가 출연하고 있는 프로그램 에 소개된 맛집 방문하기로 한다. 해서 이들 소비거리의 인근 펜션 을 숙소로 정하고 예약을 한다.세 번째.모 산악회의 기획팀장을 맡고 있는 A씨는 다가오는 정기 등반에 어느 곳을 방문할지 고민이 많다. 인근의 모든 산을 이미 섭렵한 터. 제주 올레길이나 지리산 둘레길은 너무 식상하고 이미 여러 차례 방문한 경력도 있다. 뭔가 새로운 꺼리(거리)가 필요하다. 해서 이번 등반은 산 혹은 길에 중점을 두기 보다 등반 후의 백미라 할 수 있는 먹 거리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리고 마침 내 그는, 몇 번을 가도 만족스러웠던 맛 을 제공하던 안동찜닭을 동료들과 함 께 먹기로 정했다. 잊을 만 하면 생각 나는 맛이고 워낙 유명세가 큰 음식이라 산악회원들도 호응할 것이 라는 판 단이었다. 해서 내린 결론은 이번 등반은 안동의 유교문화길 트래 킹이다. 트래킹 과 더불어 안동의 유서 깊은 유교문화 도 접하고 명산대천도 두루 둘 러볼 참 이다. 안동찜닭이라는 먹거리 콘텐츠가 하나가 불러낸 여행 지 선택이다.최근 경주로 관광객을 불러들일 좋은 호재가 하나 생겼다. 1500년 전 신라시대 서라벌을 누비던 화랑들의 열정과 사랑을 다룬 <화랑 : 더 비기닝>이라는 드라마가 출연 진을 확정지으며 9월경 방송된다는 소식이다. 더구나 한창 ‘핫’하다고 일컬어지는 아이돌 출신 배우들을 비 롯하여 젊고 인지도 높은 남녀 배우 들이 출연하여 ‘청춘사극’으로 만 들어 낼 예정이라 하니, 현 대중문화의 가장 강력한 소비층인 10~30대층을 대상으로 경주를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할 수 있겠다. 또한 젊은 층의 관광객을 경주로 불러들인다는 것은 이들이 기성세대로 성장하여 경제의 주축이 되었을 미래에 이들의 자녀 들이 다시 경주를 방문하게 할 수 있는 기회요소가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그러나 드라마의 좋은 호재를 맞이하 면서도 정작 드라마를 통한 관광객을 맞아들이고 이들 청춘남녀들이 향후 다시 재방문하게 할 정도로 경주는 준비가 되어있을까!우린 이미 2009년에 방영된 <선덕 여왕>이라는 드라마를 통해 경험한 바 있다. 이 드라마는 방영 당시 평균 시청률이 40%에 달하며 국민드라 마로 불릴 정도로 크게 흥행에 성공 했다. 당시 낭산의 깊숙이, 그저 학계 와 관련 인사들만이 간간히 찾던 볼품 없던 선덕여왕릉이 드라마의 폭발적 인 인기에 힘입어 낭산 아래 주차장을 조성하고 선덕여왕릉까지 가는 길에 작은 탐방로가 만들어지는 등, 드라 마의 후광은 관광지 조성으로 이어 졌다. 또한 당시 김유신, 비담, 알천 등의 캐릭터는 물론, 미실이라는 발군 의 캐릭터까지 다양한 관광상품들로 재생산 되었으며, 화랑 (드라마 방영 당시 십화랑)은 젊은 여성들의 선망의 대상이 될 정도였다.그러나 지금 우리 경주는 그러한 드 라마의 프리미엄을 유지하고 있는가.어느덧 선덕여왕릉은 그저 학술답 사와 수학여행 등 목적성 단체관광객 을 제외하고는 다시 발길이 뜸해지고 있으며, 경주 어느 곳에서도 선덕여 왕과 관련된 콘텐츠는 각광받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드라마가 남겨준 유 산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음이다.그 외에도 경주는 ‘미나 문방구’, ‘경주’, ‘참 좋은 시절’ 등의 영화·드라마와 각 방송사의 대표적 예능 프로그램들이 자주 찾고 있기는 하나 어느 하나 후광을 등에 업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얼마 전 방영된 모 먹거리 방송 프로그램에 소개된 모 김밥집이 최근 길게 줄을 늘어서고 있을 정도 랄까.인근 포항은 ‘과메기’라는 콘텐츠 하나로 어마어마한 관광수익을 올리 고 있으며, 제주도는 풍부한 자연자 원을 가지고 있음에도 ‘제주 올레 길’이라는 걸출한 콘텐츠로 10~20만명의 관광객을 또다시 불러들이고 있다. 대구는 김광석 거리를 즐기기 위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부산 은 부산국제영화제와 깡통시장 등의 명물을 만들어내며 한국의 3대 관광 지로까지 추앙받고 있다. 또한 여수는 모 가수의 ‘여수밤바다’라는 대중 음악 콘텐츠 하나 때문에 여수바다 인 근의 숙박업소와 음식점들이 전국의 청춘남녀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이것이 무엇을 말하겠는가!확실한 문화콘텐츠 하나는 수많은 관 광콘텐츠를 만들어냄이다.문화란 간단히 말해 인간의 의식주를 포함하여 멘탈(mental)과 이모션(emo-tion)을 소비하는 모든 현상과 행위를 말하며, Life 즉 ‘삶’이라는 아젠다 (agenda)가 Live 즉 ‘살아있음’을 나 타내게 해주는 모든 사회적 현상이다. 즉 대중의 입을 거리, 먹거리, 잠자 리는 물론이요 정신과 감정을 표현하 고 도닥이며 살아있는 인간의 삶을 여실히 투영하는 것이다. 해서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무제한 의 풍부한 즐길 거리를 만들어낸다는 것이요, 이것이 대표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바로 관광이다.그러나 경주에는 과메기나 안동찜닭, 전주비빔밥, 춘천닭갈비를 능가할 만한 먹거리 콘텐츠도 없으며, 남이섬 처럼 ‘겨울연가’라는 드라마 한편을 통해 꾸준히 외국인 관광객을 불러올만한 뚜렷한 문화콘텐츠도 대 표할 만한 것이 없다.원인은 단 두 가지다.첫째, 경주는 신라천년의 고도인 만큼 관광자원이 너무 많다. 많아도 너무 많다. 국보가 31개, 보물이 82개, 사적 및 명승이 78개 등 국가지정문화재만 212개가 은혜롭게도 산재해있다. 그 러다보니 손봐야 될 곳도, 정비해야 될 곳도, 신경 써야 할 곳도 부지기수다. 타 지역에 비해 지자체 내의 역사문 화관광 관련 부서의 규모가 몇 배에 달할 정도로 방대함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작은 중소도시가 감당해내 기에는 자본도, 인력도 터무니없이 부 족하다. 해서 한 콘텐츠에 집중하기란 꿈도 못 꿀 상황이다. 우린 월성도 복 원해야 하고, 황룡사 구층목탑도 언젠 가는 다시 만들어야 하며, 월정교도 서둘러 완공시켜야 한다. 하드웨어에 쏟아 부을 예산만으로도 여력이 부 친다. 허나 잡기에 능한 자보다, 전문 기술 단 하나에 제대로 능한 자가 더욱 성공하는 것처럼, 경주의 문화관광 콘텐츠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둘째, 미래지향적 문화콘텐츠를 양산 해낼 수 있는 문화적 기반의 문제다. 경주는 관광에 특화된 지역이긴 하나, 문화적으로는 거의 소외된 도시에 가 깝다. 비록 예술의 전당이 건립되어 자 리를 채워주고는 있으나, 이곳에서 열 리는 수많은 문화공연들이 만석을 채 우는 것은 손에 꼽을 정도다. 또한 봄의 전령사인 벚꽃이 만개한 장군로 에는 벚꽃과 어울리는 청춘들의 버스 킹이나 다양한 문화공연은 온데간데 없고 매년 각설이를 필두로 번개시장 이 자리를 차고 앉아 시끌벅적 안방 마님 행세를 할 뿐이다. 물론 이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감은 금해야겠 으나, 일본의 벚꽃명소인 메구로강 인 근이나 스미다공원, 시즈오카 이즈고 원 벚꽃길 등의 순수한 벚꽃문화와, 벚꽃길 배타기, 벚꽃 버스킹 등의 유려 하고도 낭만적인 명소인 이들과 비교 하면, 과연 어느 것이 미래지향 적인 문화관광 명소라 부를 수 있겠 는가.해서 필자는 이러한 모든 문제를 해결 한 단 하나의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경주의 문화콘텐츠를 격상시켜, 이를 통해 최고의 관광콘텐츠로 만들어낼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은 바로 이를 가능하게 할 젊고 열정적이며 유능한 인적자원의 양성 및 확보다.물론 관내 여러 대학에도 관광관련 학부가 운영되고 있고 경주시를 비롯 하여 관내 다양한 단체에서 수많은 문화, 관광 관련 교육 등이 개최되고 있으나, 이는 오로지 관광이라는 콘텐 츠 하나에 집중되어 있다.시야를 넓혀야 한다. 앞서 거론했듯 문화란, 인간 삶의 전 영역을 아우르는 주제다.단순한 관광이 아닌, 소설, 연극, 영화, 드라마 등의 스토리 콘텐츠와, 음악과 미술 등의 예술콘텐츠, 방송, 영상 등의 미디어 콘텐츠, 그리고 이러한 모든 것을 아우르는 대중문화 콘텐츠 전문가, 이러한 대중문화 콘텐츠를 발빠르게 알리고 효과적으로 알리는 마케팅전문가, 마지막으로 급변하는 시대를 읽고 최상의 콘텐츠를 최적의 미디어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IT 전문가의 양성이 시급하다.물론 말은 제주도로 향하고 사람은 서울로 향한다지만, 시대가 바뀌고 스마트폰 하나로 호주오페라하우스 의 실시간 공연영상을 대한민국 경의 집안에서 감상하는 시대에 이러한 옛 속담이 무슨 소용이겠는가!1996년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열 리기 전, 부산은 과연 충무로를 제치고 대한민국의 헐리우드라 불리게 될 것이라 상상이나 했겠는가! ‘강남 스타일’이라는 K팝이 유튜브라는 동영상 공유플랫폼에 모습을 드러 내기 전, 강남은 경복궁과 동대문 시장을 제치고 외국인 관광객이 가보 고 싶은 서울 관광명소 1위가 될 것 이라 꿈이나 꾸었을까! 양반의 고장 안동이 찜닭으로 인해 먹거리 관광의 대표 명소로 탈바꿈할 것은 또 그 누가 예상했을까!거창한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지역 을 대표할 수 있는 사소한 먹거리 콘텐츠 하나도 좋고 유구한 신라 역사 속 단 하나를 끄집어내어 독특한 문화 콘텐츠로 만들어내어도 좋다.이미 경주는 풍부한 역사자원이 있다. 이를 단순히 관광자원으로 여길 것이 아닌, 문화콘텐츠로 탈바꿈시킬 의지 만 있다면, 그 어느 곳보다 풍성한 결실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시야를 좁히면 미래도 좁다.경주에 거주하는 유능한 젊은 인재 들이 더 큰 도시로, 더 큰 물을 향해 떠 나는 곳이 아닌, 유능한 젊은 인재들이 찾아오는, 문화콘텐츠의 바다를 찾아 젊고 열정 넘치는 미래의 인재들이 선망하는 경주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는 기반은, 관 광으로 국한된 제한적인 시선을 탈피 하고 문화가 곧 생명이라는 의식을 공유하는 경주시민의 공감대가 우선 이며 이러한 공감대를 교두보로 경 주시를 비롯한 지자체가 함께 문화콘 텐츠 육성을 위해 발을 벗고 나선다면 언젠가 문화의 도시 경주, 미래관광의 도시 경주가 될 수 있다.관광에 집중된 시선을 탈피하자. 그리 고 문화로 시선을 돌리자.문화가 결국 관광을 낳고, 풍부한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인재 양 성이, 결국 막대한 관광수익으로 환원 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