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박사모를 기다리며집 마당으로 적국의 사내가 피를 흘리며 들어왔다. 주인은 망설임없이 부상당한 사내를 집 안으로 들여 상처를 치료해준다. 자국의 군인들이 찾아와 죽이려하자 목숨을 걸고 사내를 지킨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기 집에 찾아온 손님이기 때문이다. 비록 원수라 할지라도 집으로 찾아온 사람을 극진히 대접하는 법. 바로 총소리가 끊이지 않는 아프가니스탄의 일이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우리 민족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미운 사람이라도 집에 찾아온 손님은 주인이 직접 맞아 대접하는 것이 우리의 오랜 전통이다. 사사로운 감정으로 대하지 않고 손님으로 존중하는 일, 이것은 오랜 역사를 지닌 민족의 전통이자 품격이다.  더구나 우리가 살고 있는 경주는 대한민국 민족문화의 원형을 이룬 곳이다. 관용과 화해, 타인을 존중하는 넓은 아량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왕국을 이어온 곳이다. 배척하는 정신으로는 천년 왕국의 존속은 절대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러한 우리 민족문화의 고귀한 품격이 살아 숨쉬는 경주에서 최근 안타까운 장면이 목격됐다. 지난 1월11일, 경주시청 앞에서 박사모 회원들의 집회가 있었다. 집회 슬로건은 “친북좌파 문재인을 정중히 맞이한 경주시장을 규탄한다”였다. 9.12 지진 피해지역인 경주 내남면을 방문한 문재인 전 대표를 최양식 시장이 안내한 것에 대한 항의였다. 새누리당 공천을 받아서 당선된 시장이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고 간 문재인 씨 경주 방문을 안내한 것이 합당하냐는 것이었다. 경주시장이 영남권에 반역죄를 한 것이라는 말도 함께 흘러나왔다. 물론 대한민국 국민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각자 지닌 생각들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타인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를 지킨 다음의 일이다.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본인의 자유 행사가 시작되는 것이다. 지역을 방문한 손님을 시정 책임자가 나서서 안내한 것은 가장 기본적인 예의를 지킨 것이고 당연한 도리이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최양식 시장은 신라왕경 복원사업 특별법 제정에 힘을 보태줄 것을 부탁했다. 경주 시민의 이익을 대표하는 수장의 역할을 한 것이다. 이것을 무턱대고 불순한 정치적 목적을 가졌다고 비판하는 것은 편협하고 어리석은 일이다. 물론, 지금 현 정국에서 문재인 대표의 방문을 정치적 목적으로 해석할 수 도 있다. 하지만 정치란 무엇인가. 바로 국민을 위한 것이다. 정치적 목적을 부정적인 뜻으로만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편향된 시각이다.최양식 시장의 행동이 반역죄라면 경주 시민은 너무나 슬프다. 찾아온 손님에게 베푸는 최소한의 예의가 반역죄로 둔갑되는 일이 대체 어느 나라의 전통인가. 이번 일로 세계를 향해 열려있던 천년 신라의 후손 경주인의 품격이 훼손될까 걱정이 앞선다. 품격을 지닌 진정한 경주인이라면, 또 다시 경주인 모두를 안타깝게 만드는 장면을 연출해서는 안된다. 지금 대한민국 국민이 원하는 정치는 대립과 편가르기가 아니다. 국민이 지켜보는 앞에서 당파와 이념, 정치색을 떠나서 오직 나라와 국민을 위해 힘을 모으는 정치를 보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지금 우리 국민에게 필요한, 바로 박사모가 경주 시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이다. 다시 박사모를 기다린다. 경주 시장 규탄 집회장이 아니라 경주 시민의 밝은 미래를 위해 머리를 맞대는 화합의 장에서 힘을 모으는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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