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원전 공생의 대가, 이번에도 외면받나-공론화 과정에서 빠진 ‘기존 시설 보상안’… 주민들 ‘행정 신뢰 깨졌다’ 반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의 시행을 앞두고 경주시 동경주 지역 주민들이 기존 건식저장시설에 대한 보상과 지원이 빠진 시행령 초안을 두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30여 년간 국가 에너지 정책에 협조해온 희생이 또다시 외면당했다며, 시행령에 기존 시설에 대한 지원금 적용 조항을 반드시 명문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오는 9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경주시 동경주 지역 3개 읍면 주민들이 시행령에 대한 강한 유감을 표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지난 24일 양남면 발전협의회 대강당에서 주민공청회를 열고, 시행령에 기존 건식저장시설에 대한 보상·지원 조항을 반드시 포함하라고 정부에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동경주 지역은 지난 30여 년간 캐니스터, 맥스터 등 다양한 형태의 건식저장시설을 월성원전 인근에 수용해왔다. 특히 1차 캐니스터, 2차 맥스터 건식저장시설은 주민 협의 없이 설치됐고, 이에 대한 별도의 보상이나 지원은 없었다. 반면, 2차 맥스터 건식저장시설에 있어 주민공청회를 거처 750억원 지원방안을 수렴 하는 사례가 있음에도 불구 하고 주민협의 없이 설치된 캐니스터 맥스터 1차에 대한 지원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이처럼 이번 고준위특별법 시행령에 기존 저장시설에 대한 보상이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주민들은 이 조항의 부재가 단순한 행정적 누락이 아닌, 지난 공론화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제외된 결과라며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고준위특별법 제정 전 공론화위원회 초기 논의에는 기존 시설에 대한 보상 방안이 포함됐으나, 제 공론화 과정에서 삭제됐다라고 주장하고 있다.주민들이 문제 삼는 부분은 이뿐만이 아니다. 시행령 제55조에서는 지원금 배분 기준을 `시설 반경 5km 이내 읍·면·동 지역`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단순 거리 기준이 아니라 실질 피해와 수용 수준에 따른 배분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이들은 ‘면적 기준으로의 재조정’을 요구하며, 정부의 형식적 접근을 비판했다.공청회에 참석한 주민들은 “정부는 기존 건식저장시설을 수용한 지역에 대해 아무런 보상 없이 특별법을 시행하려 하고 있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바뀌는 약속에 더 이상 신뢰를 가질 수 없다”고 분노를 표출했다. 주민들은 정부가 이미 2016년 원자력진흥위원회를 통해 ‘기존 건식저장시설은 지원하는 방향에서 협의’하겠다고 결정했던 사실을 근거로, 이는 정부 스스로 지원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이에 따라 감포읍, 문무대왕면, 양남면 발전협의회는 지난 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공식 건의문을 제출했다. 건의문에는 기존 시설 수용 지역에 대한 보상 명문화, 2016년 기본계획의 구체적 이행, 향후 시행규칙에 지역 요구 반영 등이 포함됐다. 주민들은 25일 대표단을 꾸려 산업부를 직접 방문한다는 방침이다.지역주민들의 요구는 단순한 경제적 보상을 넘어서 있다. 이들은 “방폐장이라는 국가기반시설을 수용한 지역의 희생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어떤 정책도 신뢰받을 수 없다”며 “피해지역의 삶의 질을 회복할 수 있는 복지·건강·소득사업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드론·항공기 등 돌발 상황에 대비한 안전 대책, 주민 건강센터 및 원자력 병원 건립 등도 함께 요구하고 있다.현재 정부는 시행령 입법예고 기간을 통해 의견을 수렴 중이나, 기존 시설 보상 조항의 반영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번 논란은 고준위 방폐물 정책의 첫걸음인 특별법 시행령이 오히려 정부-지역 간 신뢰의 벽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국가 에너지 정책은 결국 지역과의 신뢰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정부 정책에 반영될 수 있을지, 향후 고준위 방폐물 관리 정책의 향방을 가를 시험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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