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알쓸신잡>과 욜로2030 넘어 3040도 욜로욜로!!KBS 출신의 나영석 PD가 tvN으로 옭길 때 연봉 30억이라는 소문이 있었지만 그 정도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꽃보다>시리즈, <삼시세끼>, <윤식당>, <신서유기> 등을 성공시킨 TV 연예 프로그램의 ‘신의 손’으로 불리는 나영석 PD의 출세작은 ‘1박2일’이지만 최근 <알쓸신잡>이 5%대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종영됐다. 지금은 시즌 2가 이어질지 관심사다. 이 프로에 등장한 <세계사 편력>이라는 책이 100배나 더 팔렸다고 하니 프로그램의 영향력을 가히 짐작할 수 있다. 교보문고의 자료다. 방송전 45일간 36권이 판매됐는데 방송 후 같은 기간 3천843권이 팔렸단다. 106배의 증가다. <경주편>에서 출연진들이 밥을 먹었던 <토함혜>식당도 유명세를 타고 손님이 꽤 많아졌다 것을 전화로 확인했다. 유시민의 태생지가 내남면이고 어릴 적 황남대총에서 놀았다는 것도 많은 사람들이 알았을 것이다. 유 씨가 조선의 명문가 집안이라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알쓸신잡>은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기한 잡학사전>의 머릿글자를 따서 만든 말이란다. 교양 프로도 아니고 인문학 강의도 아니고 교양과 인문학 이야기를 여행과 접목시켜 ‘어른들의 수다’ 형식으로 방향을 설정한 게 적중했다는 평이다. 세심하게 따져보면 무거운 주제이지만 가볍게 다루면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냈다는 게 시청률 상승에 한몫을 보탰다는 평가도 받았다. 알아두어도 쓸데없는 것 같지만 사실은 쓸데 있는 이야기의 반어법인지도 모른다. 알아도 쓸데없는 것 같지만 알아두는 게 나을지도 모르는 말이 요즘 유행하는 ‘욜로’다. 처음 TV 프로그램에 이 말이 등장할 때 “여기로라는 말의 경상도 사투리구나” 라고 생각했다. 경상도에서는 ‘여기로’라는 말을 실제로 ‘일로, 욜로’라고 쓰기 때문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인터넷을 찾아봤다. 정말이지 인터넷은 모르는 게 없다.욜로(YOLO)라는 말이 대중적으로 쓰이게 된 때는 2010년대 들어서다. 2011년 캐나다의 가수 드레이크(Drake)의 노래 가사 중 `You Only Live Once` 단어의 첫글자를 딴 게 ‘YOLO’란다. ‘당신은 한 번뿐인 인생을 살고 있다’라는 의미다. 한 번뿐인 인생에서 기회를 놓치지 말고 현재를 즐기며 살아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현재를 중시하는 20·30대의 가치관이 <욜로문화>로 나타났다는 시각도 있다. 세계적으로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면서 미래를 준비하기보다 오늘에 집중하려는 생활 자세와 가치관이 반영돼 있다. 오늘의 즐거움보다 미래를 위해 투자했던 기성세대와 다른 생활방식이다. 막연하고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오늘의 즐거움을 희생시키지 않겠다는 젊은이들의 사고가 묻어 있다.‘단 한번 사는 인생, 이것만은 꼭 해봐야 겠어’라든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하겠어’라고 다짐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기준과 시선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한 삶에 충실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소비는 자연스럽게 이전과는 다르다. 다니던 회사를 사직하고 퇴직금이나 적금을 깨서 세계여행을 다녀오는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그래도 인생은 흘러간다는 생각이다. 비록 2천원짜리 김밥으로 점심을 때우더라도 1만원짜리 핸드드립 커피를 마시는 식이다. 자기를 최대한 존중하겠다는 것이다. 20·30대에서 탄생한 ‘욜로라이프’가 30·40대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지금 이 순간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시간이므로 결코 헛되이 보내거나 낭비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종교인구가 전 세계적으로 점점 줄고 있는 이유와도 맥락을 연결시켜 볼 수 있을 것이다. 종교가 영혼의 허전함을 달래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믿을 수 없다는 비판적 사조가 늘어나면서다. 근래 세계적 사상사를 이끌고 있는 <총·균· 쇠>의 제레드 다이아몬드, <이기적 유전자>, <만들어진 신>의 리차드 도킨스.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의 스티븐 핑거, <사피엔스>와 <호모데우스>의 유발 하라리 등의 책에서 신(神)은 일고의 가치가 없는 것으로 쓰여 있다. 이들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그야말로 <알쓸신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