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럼돈과 경주시옛 현자들의 말이 지금가지도 공감을 얻는 이유는 시대를 넘어 보편성을 갖기 때문이다. 2천 5백년전 맹자(孟子)의 말이 실감난다. ‘무항산 무항심(無恒産 無恒心)’이다. 훗날 사람들은 ‘일련의 재산이나 직업, 곧 적절한 재산이 없으면 심덕도 없다’라고 대체로 번역하지만, 당시도 재산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생각하면 인간의 삶에 있어서 재산(곧 돈, 재화)이 얼마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지 알만하다. 하기야 사람이 먹고사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모든 것은 먹고 사는 다음의 이야기다. 우리 속담에 ‘곳간에서 인심난다’라고 했다. 나눠주고 베풀 여유가 있어야 예의와 도덕도 있게 마련이다. `When money speaks, the truth keeps silent.(돈이 말을 하면 진리는 침묵한다)는 서양의 속담도 있다. ‘돈이 말을 하면 귀신도 입을 다문다’는 말이다. ‘가난이 앞문으로 오면 사랑은 뒷문으로 달아난다’는 말도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돈의 위력에 대한 이야기는 많다. 뉘앙스가 다르지만 요즘 말하는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도 돈의 위력을 비유한 말이다.
돈보다 더 가치 있는 게 많다고 메스컴이나 책에서 흔히 말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가진 자의 여유’가 아니냐는 냉소에 직면하기 쉽다. 함부로 가치를 이야기하다가는 비아냥을 받기 쉽다. 2005년 경주에 방폐장이 들어오면서 3,000억원과 함께 각종 연관산업이 입주하면서 경주는 곧 부자가 되는 줄로 알았다. 당시 시정 캐치프레이즈가 ‘부자도시 경주’였으니 가히 짐작할만 하다. 덕분에 돈이 없어서 미루어왔던 도로가 많이 정비되었다. 대표적으로 동천동의 병목현상을 해소한 것이 좋은 예다. 그런데 서민의 삶은 여전히 어렵다. 한계다. 방폐장과 서민들은 관계가 없었던 것이다.
보수 쪽의 논리대로 ‘국가가 국민 개개인의 삶까지 책임질 수 없다’는 명제처럼 지방자치단체가 서민들의 삶 모두를 잘 살게 할 수는 없다. 여건만 만들어주면 된다는 게 그들의 논리다. 보수와 진보의 논리를 따지려는 게 아니다. 세익스피어의 말처럼 한 마리의 말을 두 사람이 타고 가려면 앞뒤로 앉을 수 밖에 없다. 세상이 그렇다.
최양식 시장의 시정 캐치프레이즈는 ‘, 품격있는 도시,존경받는 도시’다. 리더의 지향과 성품에 따라 시정목표가 바뀐다. 경주다운 방향이다. 관광문화도시 경주가 ‘부지도시’를 목표로 내걸었을 때는 사실 좀 면구스럽기 했다. 관광객에게 천박함을 내포하는 것 같아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문화와 예술에 상당한 식견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최 시장다운 발상이다. 사실 경주가 오래 사는 길은 문화와 예술, 관광이다.
천혜의 조건을 포기할 수 없는 일이다. 있으니 귀한 줄 모르는 따름이다. 다른 도시들도 관광객 유치를 위해 애쓰지만 사실 소재가 별로 없다. 양간의 소재를 침소봉대하여 먹을거리로 과장 홍보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개인과 마찬가지로 도시 역시 돈이 있어야 한다. 정부 예산과 시민 세금에만 기대지 말고 도시의 부를 창조하는 지혜와 발상이 필요하다.
경주로 오겠다는 기업에게 친절하지 않다는 소리가 가끔 들려온다. 시 기업지원과에서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지만 더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 시의회는 탄력적으로 조례를 제·개정하더라도 기업유치를 위한 방안과 실천에 몰두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