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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고준위핵폐기물공동대응위원회 집행위원장 정 현 걸‘사용후핵연료 문제 방치’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몇 년 간의 공론화 과정을 거쳐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가 권고안을 발표한 후, 지난해 7월 25일 제6차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고준위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을 심의·확정했다. 2028년까지 처분시설 부지를 확보하고 중간저장시설 건설 및 인허가용 지하연구시설 건설·실증 연구, 영구처분시설 건설 등의 절차로 진행하고, 영구처분시설이 확보될 때까지 건식저장시설을 확충해 한시적으로 관리한다는 것이다.
그 후 8월 11일,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절차에 관한 법률」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그런데 이 법률안이 국회에 상정됐지만 심의조차도 없이 표류하고 있더니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후 탈원전정책 기조와 맞물리면서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지난 9일 산업통상자원부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 재검토 추진 여부와 향후 진행 계획’에 대해 “재검토를 추진하고 있으며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따라 올해 하반기 중 공론화에 착수, 2018년 중 기본계획 변경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기본계획의 공론화를 다시 추진하는 이유는, 당시 공론화 과정이 민주적이지 않았다는 시민사회단체의 지적 때문이라고 한다. 어쨌든 재공론화가 이뤄지면, 앞으로 2년 안에 포화가 예상되는 월성원전 내 건식저장시설 추가 건설 문제도 재검토할 가능성이 커진다.
게다가 엊그제 산업부 인사를 보면, 정부는 이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빨리 해결하겠다는 의지보다는 재공론화를 핑계로 이 문제를 방치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지난 1년간 이 문제를 총괄 지휘하던 원전산업정책관 강경성 국장이 기술표준원 제품안전정책국장으로 발령이 났고, 박동일 원전정책과장이 국장 직무대리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사용후핵연료와 관련된 현안들이 경주시민들에게 ‘발등에 떨어진 불’이나 마찬가지인데 이 ‘고준위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이 마냥 방치된다면 경주시민들은 선택의 기로에 서야 한다는 것이다. ‘2016년까지 월성원전의 사용후핵연료를 반출하겠다’고 한 정부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제 경주시민들은 고차원의 방정식을 풀어야 할 만큼 복잡한 문제들에 직면하게 되었다. 정부와 한수원은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임시저장하고 있다지만, 월성원전 주변지역 주민들은 ‘노상 방치’라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이 ‘사용후핵연료 문제에 대한 방치’는 ‘노상 방치’냐 아니냐를 떠나 중간저장이나 영구저장이 되는 것이다.
월성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조밀건식저장시설’인 맥스터가 2년 뒤에 포화가 되는 상황에서 다시 공론화를 할 여유가 없으므로 ‘고준위 관련 법안’과, 현재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운영변경허가 심사가 진행 중인 ‘건식저장시설 추가 건설 문제’를 분리 대응해야 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또한 건식저장시설 추가 건설을 무조건 반대해야 할지, 조건부 수용해야 할지 여부도 선택해야 한다. 만약 맥스터 7기의 추가 건설을 반대하게 되면 2019년에 월성원전 1,2,3,4호기 모두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 그렇게 될 경우 지역경제에 미칠 파장과 지방 세수 감소, 전력 수급 상황 등의 문제들도 고민해야 한다. 월성1호기 조기 폐쇄 문제가 오리무중인 상황에서 이래저래 난제가 산적해 있는 것이다. 경주시민들로서는 이제 지혜를 총동원하여 심사숙고한 후 현안들에 대한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하고, 중지에 따라 어느 쪽이든 선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