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생각 바꾸기<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를 쓴 홍세화 선생의 강의가 경북노동인권센터(이사장 권영국 변호사) 주관으로 지난 6월 22일 서라벌문화회관에서 열렸다. <생각의 좌표>라는 책도 낸 적이 있는 홍 선생이 청중들을 대상으로 “부부간에 대화를 통하여 정치적 이념을 바꾼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 한 사람도 그런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격변하는 정치적 상황을 겪으면서도 생각을 바꾸기란 정말 어렵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보수·진보라는 정치적 신념은 생각보다 훨씬 공고하다는 생각을 했다. 더구나 40대 이상의 나이면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홍 선생이 예로 든 강의 중에 섬뜩한 것은 사상과 종교에 따른 생각이었다. 언젠가 우리나라에도 광기(狂氣)나 광풍(狂風)으로 발현될 가능성을 잠재하고 있다며 경고했다. 사상과 종교에서는 다른 생각을 가진 쪽은 적(敵)으로 간주하고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기 때문에 살인을 해도 전혀 죄책감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명예나 훈장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란다. 가까운 예로 5.18 광주사건에서 시민을 죽이거나 강간을 했던 양심선언이 아직까지 한 건도 나오지 않다는 설명을 했다. 그 당시의 군인들이 우리와 동시대에 지금도 버젓이 살고 있는데도 말이다. 어쩌면 우리 이웃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5.18 때 시민들을 무참하게 죽인 사람이 그 트라우마로 매일 밤 악몽을 꾸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사람은 자기에게 유리하고 편리한 방향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고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더 멀리는 월남전도도 있고, 더 멀리는 6.12 전후 100만명이 살해된 좌우 이념 사건이 있었다. 생각이란 참 무섭기도 하고 묘하다는 생각이다. 성장기에 새마을 운동을 보고 자란 60대의 경우 상당수가 보수적이지만 이에 대해 유시민 작가는 그 이유를 ‘박정희 대통령을 가장 좋아하는 시민들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대상은 사실 그(박정희)의 인격과 행위가 아니라 <그 시대를 통과하면서 시민들 자신이 쏟았던 열정과 이루었던 성취, 자기 자신의 인생일 것>이라고 나는 추측한다’고 썼다-유시민의 <나의 한국현대사 99P>-필자도 이에 전적으로 동감하고 또 이해한다.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봤을 때 통치권력에 속았다는 사실을 알더라도 그것을 인정하기 싫은 것이다. 인정한다면 자신이 살아 온 삶을 스스로 부정하게 된다. 자존심과 인격이 무참하게 짓밟히는 것이다. 5.18 당시 살인의 고백이 한 건도 나타나지 않는 현상과 유사하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지만 그 때 당시는 정의라고 생각한 데 대한 자기부정을 하기 싫은 것이다. 자존심이 깡그리 사라지는 데 대한 방어라고 볼 수 있다. ‘그땐 그랬다’가 그 사람들의 위안이다. 우리나라 현실에서 기성세대가 생각을 완전히 바꾸는 예가 있다. 어느 책에서 읽은 이야기다. <사람은 자기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생각이 완전히 바뀌다>는 것이다. 전적으로 동감한다. 전태일 열사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전태일 열사의 분신(焚身)이 없었다면 그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는 평범한 노인으로 평생을 살아갔을 것이다. 독재정권에서 자식을 잃은 이소선 여사는 평생을 열정적인 민주투사로 살다가 죽었다. 박종철, 이한열 어머니도 같다. 계기가 없으면 생각을 바꾸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자식을 잃어버린 어머니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구나라는 생각도 했다. 지난 선거기간 중에 폐북에서 정다은 씨는 보수 일색인 남편 때문에 속이 상한다는 글을 올렸는데 많은 사람들이 댓글로 통해 설득 방안을 제시했지만 결국 실패했다고 한다. 생각을 바꾸기란 정말 어렵구나 싶었다. 생각을 바꾼다는 것은 자신이 살아 온 인생과 자존심을 굴복하는 것으로 여긴다는 생각을 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불교와 기독교가 반쯤 갈려 있는데도 불구하고 종교전쟁이 없다. 우리나라 밖에서는 신기하게 여기면서 연구대상이란다. 사상과 종교에 따른 신념 때문에 생기는 광기(狂氣)가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