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럼남편 죽고 팔자 핀 여자인생 갑자(甲子)를 살다보니 사람들이 살아가는 별별 모습을 다 본다. 실제로 보고 들은 이야기다. 남편 죽고 팔자 핀 이야기다. 동천동의 A씨는 젊었던 한 때 사업이 번창했지만 과욕으로 사기 노름조에 얹혀 재산을 탕진하더니 결국 병을 얻어 나이 50도 못 넘기고 한 많은 세상을 등졌다. 남편 때문에 마음고생이 많았던, 인물이 좋았던 부인은 그 후 남편의 사업을 이어받아 사업체를 더 크게 키웠고 지금은 젊은 애인을 거느리고 호시절을 보내고 있다. 문상 중에 안도의 한숨인지 회심의 미소인지 모를 표정관리하는 모습을 역력히 느낄 수 있었다.황남동의 B씨 역시 물려받은 재산으로 그럭저럭 사업체를 굴리며 경주에서 제법 돈이 있다는 축에 들었지만 성품도 좋고 인물도 좋았던 그의 부인은 남편이 사업체의 여직원과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사실을 오래 전부터 눈치를 챘지만 가난한 집에서 부잣집으로 시집와서 호강한다는 시댁 가족들의 구박 때문에 큰 소리 한 번 치지 못하고 살았다. 결국 재산다툼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남편이 40대 중반의 나이로 비명에 횡사하자 적잖은 유산을 물려받고 지금은 자녀들과 함께 딴 세상처럼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자녀들도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별로 좋지 않다. 애인이 있는지는 모르겠다.황성동의 C씨도 부모가 물려준 재산으로 호의호식 하면서 명예까지 얻는 부귀를 누렸으나 서울로 무리하게 사업 욕심을 확장하려다가 스트레스로 40대 후반에 찾아 온 저승사자의 부름을 거역하지 못했다. 역시 품성도 좋고 미인이었던 부인의 얼굴은 남편이 사망한 10년 전보다 얼굴에 화색이 더 돈다. 몸도 마음도 편하기 때문일 것이다. 부부간 정은 없었지만 법적으로 부부였기에 재산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지금은 남편이 못 다한 서울 사업체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 부인은 처녀시절 직업 때문에 약점이 잡혀 기를 펴지 못하고 살았다는 소문이 있지만 확인할 수 없는 일이다. 지금은 품격 있는 중년 부인으로 사교계 자주 등장한다. 남자에 대한 안 좋은 기억 때문에 남자라면 손사래를 친다고 알려져 있지만 진실은 알 수 없다. 서부동의 D씨는 비교적 점잖은 사람으로 물려받은 재산 이상으로 사업도 키워 나가면서 장차 경주의 재벌로 성장할 것이라는 소리까지 들을 만큼 평판도 좋았으나 바다에서 낚시를 하다가 발을 헛디디는 바람에 그만 실족사하고 말았다. 성실한 가장이자 유망한 사업가였으나 순전히 재수가 없어 망부에 이름을 올린 케이스다. 많은 재산을 물려받은 부인이 사업체를 이어받아 지금도 잘 운영하고 있다. 이 부인이 애인을 두고 있으면 주위에서 말이 나올 텐데 아직까지 조용하다. 남편이 죽으면 가장 먼저 남편의 친구가 덤벼든다는 말도 있는 만큼 자세한 내용은 모를 일이다.이 외에도 신랑 죽고 팔자 핀 여자들 많다. 흔한 말로 ‘돈 많고 명 짧은 남자’를 만난 때문이다. 복(福)부인이 따로 없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들 복부인들은 재산을 자식에게 주었으면 주었지 애인에게는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자를 못 믿는 이유도 있겠지만 본인이 당해봐서 그럴까? 돈 많고 명 짧은 여자가 되기 싫은 모양이다. 이들 ‘돈 많고 명 짧은 남자’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부모의 유산을 받아 처음부터 부자였고, 자기보다 똑똑한 부인을 인격적으로 무시하고 폭력을 휘둘렀다는 것이다. 콤플렉스 때문이다. 또 순전히 재수가 없어서 죽은 경우도 있지만 남편들은 대부분 과도한 욕심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죽었다는 것이다. 재산이 많아도 지나친 욕심을 부리면 스트레스로 인해 조기 사망하는 수가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부인이 팔자 바꾸려고 기회를 엿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재산이 많지만 폭력적이거나 하여 한(恨)맺힌 부인은 남편이 일찍 죽도록 은근히 협조한다는 말도 들었다. 스트레스를 받도록 부추기거나 술을 많이 마셔도 잔소리를 하지 않는 방법 등으로 말이다. 일종의 간접 살인이다. 재산이 많지 않은 남편들은 별로 걱정할 게 없지만. 그런데 ‘마누라 죽고 팔자 핀 남자’들은 별로 들어보지 못했다.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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