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찬의 創見(창견)-2] 경주의 미래를 위한 고향사랑기부제: 일본 고향납세의 교훈과 우리의 과제       경주시는 아직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지는 않았지만, 매년 인구가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향사랑기부제는 경주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새로운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제도의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우리보다 앞서 유사한 제도를 시행하여 큰 성공을 거둔 일본의 사례를 면밀히 살펴보고, 한국의 현재 상황을 분석하며 경주시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일본의 ‘고향납세제도(ふるさと納税, 후루사토 노제이)’는 2008년 도입 이후 놀라운 성장을 이뤘다. 2023년에는 연간 모금액이 처음으로 1조 엔(약 9조 2000억 원)을 넘어섰으며, 참여 인원도 1000만 명에 이르렀다. 15년 만에 123배의 규모로 성장한 이 제도는 일본 지방재정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일본 고향납세제도의 성공 요인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2014년부터 시작된 민간 플랫폼의 개방이다. ‘후루사토 초이스’, ‘후루나비’, ‘라쿠텐납세’ 등 40여 개의 플랫폼이 경쟁하며 성장했고, 이는 제도의 접근성과 다양성을 크게 향상시켰다.반면, 한국의 고향사랑기부제는 현재 국가가 운영하는 공공 플랫폼인 ‘고향사랑e음’을 통해서만 운영되고 있다. 이로 인해 2023년 첫해 약 651억 원이라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들어 참여가 다소 주춤한 상황이다. 1분기 기부금은 59억 6000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8% 감소했다.다행히 정부는 이러한 한계를 인식하고 고향사랑기부제의 접근성을 높이고 활성화하기 위해 민간 플랫폼과의 연계를 추진하고 있다. 전자정부법에 근거한 디지털서비스 개방 사업 방식으로, 올해 안에 도입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민간 플랫폼은 고향사랑e음 사이트와 연계하여 기부, 답례품 판매 및 관리, 기부 홍보, 기부금 접수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앞두고 경주시는 다음과 같은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첫째, 다가올 민간 플랫폼 도입에 대비해, 다양한 플랫폼과 효과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체계를 미리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경주시 고향사랑기부 통합관리시스템’을 개발하여 여러 민간 플랫폼의 데이터를 일원화하고, 기부자 정보와 기부 내역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민간 플랫폼 담당자들과의 정기적인 간담회를 개최하여 원활한 소통 채널을 확보한다.둘째, 경주의 역사와 문화를 활용한 독특한 답례품을 개발하여 민간 플랫폼을 통해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경주의 맛’ 시리즈로 전통 음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식품 세트, ‘천년 공예’ 라인으로 신라 시대 공예품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현한 제품, ‘경주 사계’ 패키지로 계절별 경주 여행 티켓을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답례품들을 각 민간 플랫폼의 특성에 맞게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으로 홍보한다.셋째, 지자체, 지역 특산품 업체, 관광 관련 기업, 그리고 잠재적인 민간 플랫폼 운영자들이 참여하는 ‘고향사랑기부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 위원회는 분기별로 정기 회의를 개최하여 기부 트렌드를 분석하고 새로운 전략을 수립한다. 또한, 실무 분과를 두어 답례품 개발, 마케팅, 기부자 관리 등 세부 영역별로 전문적인 논의를 진행한다.넷째, 기부금의 사용 내역과 성과를 정기적으로 공개하고, 기부자들에게 개별적으로 피드백을 제공하는 투명성 확보 노력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경주 고향사랑 리포트’를 분기별로 발행하여 기부금 사용 내역과 주요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을 상세히 공개한다. 또한, 주요 기부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기부자들을 초청하여 현장 설명회를 개최하고, 개별 기부자에게는 맞춤형 이메일 뉴스레터를 통해 그들의 기부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정기적으로 알린다.다섯째, ‘천년 노닐기’(장기체류 프로그램), ‘신라의 지혜’(평생교육 프로그램) 등 경주만의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고향사랑기부제와 연계하여 운영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천년 노닐기’ 프로그램은 일정 금액 이상 기부자에게 경주에서의 1주일 체류 기회를 제공하고, 이 기간 동안 문화해설사와 함께하는 심층 역사 탐방, 전통 공예 체험, 지역 주민과의 교류 행사 등을 진행한다. ‘신라의 지혜’ 프로그램은 경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강좌를 온/오프라인으로 제공하며, 우수 수강생에게는 경주의 문화재 지킴이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이러한 전략들을 통해 경주시는 고향사랑기부제를 단순한 기부금 모금 수단이 아닌, 시민과 기부자가 함께 경주의 역사와 문화를 지키고 발전시키는 참여형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정부 차원에서는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민간과의 협력 확대, 법인의 기부 참여 허용, 기부 한도와 세액 공제 한도 확대 등을 통해 참여를 높이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또한, 일부 지자체에서 시도된 자체 지정기부제와 같은 혁신적인 접근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하여, 제도의 다양성과 효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경주시는 천년 고도의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현대적 혁신을 결합하여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한 지역 발전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고향납세제도가 15년 만에 1조 엔을 돌파한 것처럼, 우리의 고향사랑기부제도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막 시작된 민간 플랫폼과의 연계는 이러한 성장을 가속화할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새로운 천년을 향한 경주의 여정에 더 많은 이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지혜와 노력이 필요한 때다.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경주시가 지방소멸의 위기를 극복하고, 역사와 현대가 공존하는 활기찬 도시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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