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이 신라 천년의 고도 경주에서 열린다.”세계 21개국 정상과 대표단이 경주에 모인다는 소식에 많은 시민들은 APEC이 가져다 줄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에 기대를 하면서도 의문을 동시에 품고 있다. ‘과연 경주의 국제적 위상이 제고 될까?’, ‘약 2조 원 규모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까?’, 오는 11월 개최를 앞두고 그 질문에 답 해봐야 할 시점이다.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은 전 세계 인구의 37%, GDP의 61%, 교역량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거대 경제권의 정상뿐 아니라 경제계 대표와 언론 관계자 등이 대규모로 참여하는 국제행사이다. 글로벌 경제회의가 경주에서 개최되는 것만으로도 도시 이미지는 급상승하고 유네스코 문화유산 도시에서 세계 외교의 중심도시로 도약하는 계기가 마련된다. 그러나 국제행사가 지역에 미치는 경제효과는 도시마다 다르다. 국제행사 특성상 경제효과의 분산 효과 한계나 지방정부의 재정 부담과 시민들의 체감도 부족 등 대규모 국제행사 이후 지역경제 파급력의 한계로 일회성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기도 한다.
부산(2005 APEC)은 마이스(MICE) 산업 발전으로 국제회의 유치 확대와 관련 산업 일자리가 증가하는 등 국제도시로 체질을 바꾸는 데 성공했고, 베트남 다낭(2017 APEC)도 관광중심 도시에서 IT․스타트업 도시로 지역 경제 구조 다변화에 성공했다. 그러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2012 APEC)는 대규모 시설 인프라 급조로 무늬만 화려한 도시 재정 부담 가중을 초래했고, 치안 불안, 교통 혼잡 및 낮은 시민 참여 등으로 도시 이미지 개선에 실패한 페루 리마(2008 APEC)나 행사 자체는 성황이었지만, 이후 엑스포 부지의 활용에 실패하면서 지역경제에 부담만 남긴 여수 엑스포(2012) 등의 성공 및 실패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APEC 유치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경주는 국제도시로 도약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계속해서 질문하고 답해야 한다. 경주도 소문난 잔치에 시민만 불편했다는 평가 속에 일회성 이벤트가 되지 않고, 지속 가능한 경주 미래전략의 출발점이 되기 위해서는 함께 머리를 맞대고, APEC을 지역 경제 체질 개선의 계기로 삼는 일에 협력해야 경주의 품격에 맞는 국제도시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길종구 교수(동국대WISE캠퍼스 융합경영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