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가 지난달부터 지급한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뚜렷한 효과를 내고 있다. 지급 한 달여 만에 소상공인 매출이 평균 68% 늘었고, 비필수 소비재 업종에서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소상공인 설문조사에서도 절반 이상이 매출과 방문객 증가를 체감했다는 응답을 내놓았다. 경기침체 속에서 이 정도 수치는 분명 고무적이다. 정책이 시민과 상인 모두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 성과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우선 소비쿠폰의 힘은 단기간에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데 있다. 시민들은 평소 미뤄왔던 의류·잡화 구입이나 문화활동을 재개했고, 여름방학·휴가철 특수까지 겹치면서 레저·문화 업종의 매출이 150% 이상 뛰었다. 이른바 ‘보상 소비’ 현상이 지역 골목상권에 직접적인 매출 상승으로 연결된 셈이다.
또한 경주페이 결제 자료에 따르면, 소비는 음식점·유통업·학원·주유소 등 생활밀착형 업종에 집중됐다. 이는 소비쿠폰이 단순한 현금성 지원을 넘어, 지역 내 소비의 선순환 구조를 형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전통시장·골목상권 이용을 유도했다는 평가가 75%를 넘었으니, 소상공인들에게는 ‘숨통 트이는 한 달’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소비쿠폰의 효과는 ‘즉시성’과 ‘한시성’이라는 양날의 검을 갖고 있다. 지급이 끝나면 매출 상승세가 유지될지, 아니면 원래 수준으로 돌아갈지 장담할 수 없다. 경험적으로 볼 때, 이런 소비 진작 정책은 종료 이후 효과가 급격히 약화되는 경우가 많다. 단기적으로는 ‘불붙은 장작’처럼 활활 타오르지만, 장작을 더 넣지 않으면 금세 꺼져버린다.
이번 데이터에서도 주목할 점이 있다. 업종별 매출 증가 폭이 크게 달랐다는 사실이다. 의류·잡화·레저문화 등 비필수 소비재 업종은 150~220%의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인 반면, 필수재 중심의 일부 업종은 상대적으로 변화가 미미했다. 소비쿠폰이 특정 업종에 편중되는 경향이 있음을 시사한다. 이렇게 되면 정책의 형평성과 지속성이 떨어질 수 있다.
또한 소상공인 설문에서는 ‘골목상권 중심 사용처 제한’과 ‘쿠폰 금액 확대’가 개선점으로 꼽혔다. 사용처를 더 다양화해 소비의 폭을 넓히고, 금액을 확대해 효과를 극대화하자는 의견이다. 그러나 재정 여력이 무한한 것은 아니다. 결국 제한된 예산 안에서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사용처를 고르게 배분하고, 소비를 장기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후속 정책이 필요하다.
소비쿠폰 정책은 경기침체로 위축된 소비심리를 회복시키는 ‘점화 플러그’ 역할을 했다. 그러나 불씨를 꺼트리지 않으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이벤트성 정책을 넘어 상시적인 소비 활성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예컨대 전통시장 환경개선, 상인 교육, 온라인 판매 채널 확대 같은 장기 프로젝트다. 둘째, 지역 산업·문화·관광과 연계한 복합 소비 프로그램을 설계해야 한다. 관광객이 경주를 찾았을 때 지역상권 소비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면, 외부 수요까지 흡수할 수 있다.
경주시는 이번 정책이 ‘민생경제 회복의 실질적 성과’라고 평가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정책의 진짜 가치는 ‘지속성’에서 판가름 난다. 일시적인 매출 증가를 넘어, 지역 상권이 자생력을 갖추도록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소비쿠폰이 그 출발점이었다면, 이제는 장기적 생태계를 설계할 때다.정책은 불씨를 지피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불씨를 장작불로, 장작불을 난로로 키워내는 것이 진짜 과제다. 경주가 이번 소비쿠폰 성과를 발판 삼아 ‘당장의 활력’과 ‘지속가능한 회복’을 동시에 잡는 전략을 내놓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