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발표 이후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초도호기 유치를 둘러싼 지방자치단체 간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각 지역마다 저마다의 강점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제는 냉정하고 전략적인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SMR은 단순한 지역 개발사업이 아니다. 대한민국 원전 산업의 미래이자 글로벌 에너지 시장 주도권과 직결된 국가 전략 산업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가. 답은 분명하다. ‘산업적 완성도’와 ‘사업 추진 속도’다. 이러한 기준에서 경주는 가장 현실적이고 준비된 선택지다. 무엇보다 경주는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원자력 산업의 전 주기를 갖춘 ‘원자력 완결형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다. 문무대왕과학연구소를 중심으로 한 연구개발 역량, SMR 국가산업단지 기반의 제조 인프라, 한국수력원자력 본사와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까지 집적돼 있다.    설계와 연구, 제작, 운영, 폐기물 관리가 하나의 권역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구조는 다른 어떤 지역도 단기간에 구축하기 어려운 오랜시간 경주가 준비해 온 경주만의 경쟁력이다. SMR 시장은 결국 속도의 싸움이다. 세계 각국이 차세대 원전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역시 상용화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경주는 월성원전 내 유휴부지와 기존 송전망 등 이미 구축된 인프라를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는 신규 부지 조성과 계통 구축에 필요한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줄여줄 뿐 아니라, 국가가 목표로 하는 2030년대 상용화 가능성을 현실로 앞당길 수 있는 결정적 강점이다. 또한 경주는 지난 수십 년간 국가 에너지 안보를 위해 묵묵히 책임을 다해온 대표적인 원전 도시다. 그러나 최근 노후 원전 폐쇄와 산업 위축으로 지역경제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i-SMR 유치는 단순한 지역사업이 아니다.    침체된 원전 산업 생태계를 다시 일으키고, 청년 일자리와 미래 산업 기반을 회복하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 국가를 위해 헌신해온 원전 지역과 함께 미래 에너지 산업의 길을 열어가는 상징적 의미도 담고 있다. 물론 SMR 부지 선정은 안전성과 주민 수용성, 규제 대응 능력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국가적 효율성과 산업 시너지, 사업 실행 가능성이라는 기준에서 본다면 경주는 이미 충분한 준비를 마친 도시다. 이제는 지역 간 경쟁 논리를 넘어 대한민국 원전 산업의 미래를 바라봐야 한다. 정부는 정치적 고려가 아닌 국가 경쟁력과 산업 전략이라는 원칙 아래 결단해야 한다. 준비된 도시 경주에 i-SMR 초도호기를 유치하는 것은 특정 지역을 위한 선택이 아니다. 그것은 대한민국 원전 산업의 재도약과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전략적인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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