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가 추진 중인 폐철도 활용 계획을 둘러싼 지역 사회 반발이 거세다. 자전거도로와 산책로 조성,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를 통해 관광자원화와 생활 편익을 높이겠다는 취지지만, 현장 주민들은 “정작 필요 없는 계획”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폐철도 활용 여부를 넘어, 지역 행정이 누구를 위해 작동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지난 12일 강동면 복지회관에서 열린 설명회는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경주시는 국가철도공단으로부터 무상 임대를 받아 자전거도로와 산책로를 조성하고, 민간사업자가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는 구상을 발표했다. 그러나 다수 주민들은 즉각적이고 단호하게 반발했다. “자전거도로를 누가 이용합니까? 접근성도 떨어지고 관광객도 오지 않습니다.” “폐철도 위에 태양광 패널이 덮이면 경관만 망가지고 안전 문제만 생깁니다.”
이 발언들은 단순한 의견이 아니라, 농사와 생활, 마을 공동체의 지속성을 지키려는 집단적 불안이 응축된 목소리다. 특히 태양광 발전시설을 둘러싼 갈등은 심각하다. 민간사업자는 발전 이익 일부를 지역에 환원하고 역 주변에 체육·편의시설을 설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주민들은 “수익은 민간이 가져가고 피해는 우리가 짊어져야 한다”고 반발했다. 행정이 주민을 대변하는지, 민간 자본의 대리인인지에 대한 의문이 나온 이유다.
양자동역~부조역 구간은 농촌 경관과 전통 마을이 이어지는 지역으로, 인근 양동마을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주민들은 “관광자원화”라는 명분이 오히려 문화 경관과 관광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태양광 패널 설치는 단순한 미관 문제가 아니라 농촌 정체성, 역사적 풍경, 문화재적 가치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다.
경주시는 폐철도 방치 시 안전사고와 잡풀 문제를 들어 자전거도로와 산책로 조성 필요성을 강조하지만, 주민들은 냉소적이다. “생활환경 개선은 구호일 뿐, 정작 우리 생활에는 필요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행정의 합리적 논리보다 주민 체감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이번 설명회가 발표 위주로 진행되면서 의견 수렴은 부족했다는 불신도 쌓였다.
폐철도 활용은 지역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지만, 주민 필요와 동떨어진 방식이라면 성공은 요원하다. 자전거도로와 태양광 설치는 도시 외곽 관광지에서는 가능하지만, 농촌 생활 기반과 맞닿은 강동면에서는 다른 해법이 필요하다. 이번 사안은 “주민 참여 없는 개발은 실패한다”는 교훈을 다시 확인시킨다. 행정은 민간자본이나 치적 논리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주민 생활과 목소리 속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경주시는 오는 9월 추가 설명회를 예고했지만, 단순한 절차 이행이 아닌 주민 우려와 제안을 실제 계획에 반영하는 전환이 필요하다. 폐철도 부지는 단순한 유휴 공간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터이자 세대가 이어온 생활 기반이다. 주민과 함께 계획을 재설계하지 않는다면, 갈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