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개최는 천년 고도 경주에 전례 없는 기회를 가져다주었다. APEC이라는 글로벌 이벤트는 단지 국제회의를 유치한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경주가 ‘가장 한국적인 도시’를 넘어, 세계를 환대하는 문화관광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발판이다. 그러나 진정한 기회는 이제부터다. 행사가 끝난 이후, 곧바로 시작될 포스트 APEC 시대를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경주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다.우리는 그동안 대규모 이벤트 이후의 도시들이 겪은 ‘관광의 후유증’을 잘 알고 있다. 시설은 낡고, 관광객은 줄고, 지역 공동체는 해체되는 현상은 올림픽, 엑스포 이후 수많은 도시가 겪은 현실이다. 경주가 그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이제 ‘속도 중심의 고속 관광(Fast Tourism)’에서 벗어나 ‘삶을 공유하는 느린 환대(Slow Hospitality)’로 전환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포스트 APEC 전략의 핵심이자, 경주가 세계인에게 기억될 수 있는 길이다.이를 위한 핵심 전략은 두 가지다. 첫째, 지역 공동체 중심의 관광 모델, 즉 ‘경주형 마을호텔 네트워크’ 구축이다. 행복황촌 마을호텔은 이미 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는 단순히 숙박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민이 직접 주체가 되어 유휴 공간을 숙소와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 관광 수익이 지역에 환원되는 선순환 구조를 갖춘 커뮤니티 기반 관광(CBT) 모델이다. 이러한 모델을 경주의 각 권역별로 나뉘어 있는 황리단길, 황오동, 보문단지, 동부사적지대 등에 수요공급형으로 재구성 한다면, 경주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유기적 환대 공간으로 재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둘째는, ‘슬로우 투어리즘(Slow Tourism)’을 정착시키는 일이다. 더 이상 관광은 유명 유적지를 빠르게 찍고 지나치는 ‘점의 관광’으로는 만족시킬 수 없다. 천 년의 시간을 품은 경주는 그 자체로 사색의 길이고, 이야기의 공간이며, 사람과 사람을 잇는 감성의 도시이다. 관광객이 경주의 골목을 걷고, 사람과 마주하고, 삶을 체험할 수 있는 ‘선의 관광’, ‘걷는 관광’이야말로 경주의 진짜 경쟁력이다. 이는 관광객의 체류시간을 늘리고 지역경제를 살리는 지속 가능한 방식이기도 하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주 시민이 이 변화의 중심에 서야 한다는 점이다. ‘경주에 사는 사람들이 행복해야 경주를 찾는 사람도 행복하다’는 명제는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주민이 주체가 되어 환대를 실천하고, 지역의 가치를 공유하는 도시야말로 세계가 찾는 도시다. 이를 위해 주거지 보호 정책 강화, 대중교통 개선, 관광객과 주민이 공존할 수 있는 도시의 변화가 무엇보다 선행 되어야 할 것이다.이제 경주는 ‘POST APEC’ 방향을 고민할 시점이다. 시작은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진짜 도전은 지금부터다. 세계 21개국 APEC 참가국 국민들에게 단지 유적지가 많은 도시가 아닌, ‘삶이 살아있는 도시’, ‘가장 한국적인 따뜻한 환대 도시’로 기억되기 위해, 경주는 ‘POST APEC’ 을 준비해야 한다. 그 준비가 경주를 ‘세계적인 경주’로 이끄는 길이며, 이것이 바로 시작보다 더 중요한 미래의 전략이다.